/사진=클리앙 홈페이지 캡처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8일 클리앙 등 웹사이트 4곳에 대해 피해자 2차 가해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특히 이들 사이트에서는 '이순신 관노' 비유를 비롯해 "한번 만진 게 죄냐", "비서도 즐겼을 것" 등 도를 넘은 표현이 물의를 빚었다. 이 중에서도 친문 성향 클리앙은 박 전 시장 옹호, 피해자에 대한 음모론 제기 등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부터 일본과의 갈등 국면에서 정부 입장을 비판하면 '토착 왜구' 등의 비난을 주도한 것을 비롯해 '조국 사태'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면 적폐로 몰렸다. 당시 클리앙에는 '조국 힘내세요', '한국언론사망' 등의 과격한 응원 글이 수백개씩 게시판을 도배하기도 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서초동 집회를 주도한 것도 클리앙 등 커뮤니티의 힘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클리앙의 진영 논리가 강하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여권의 불리함을 희석하기 위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서슴지 않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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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옛날에는 일베가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클베가 바통을 이어받아 박원순 피해자를 모욕한다"며 "편만 다르지 두 사건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 제시하면 "알바", "일베" 비난…떠나는 이용자들
삽화_인터넷1 / 사진=임종철
진보 성향을 보이던 클리앙은 이런 일베의 극단주의적 성향을 경계했지만, 진영 논리 앞에서는 유사한 모습이 보인다. 인권과 평화 등 진보적 가치도 무시되기 일쑤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비판에 대한 히스테리적 반응으로 최근에는 '극좌' 성향으로 변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됐고, 코로나19(COVID-19) 정국에서는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왔다. 야당인 권영진 시장을 뽑아 방역 실패가 당연하다는 논리다.
클리앙 내 주요 게시판인 '모두의 공원'은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로 흐른다. 대세에 반해 정부·여당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면 '알바' 또는 '일베 프락치' 등으로 규정돼 다수 이용자의 공격을 받고 삭제 또는 신고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과격해진 모습에 실망해 클리앙을 떠난다는 글을 남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유독 클리앙에서는 절대 인정을 안 해준다", "신고 쪽지와 알바 취급에 클리앙에서의 추억이 짓밟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베, 메갈리아 등 인터넷 극단적 성향은 계속…"사회적 불신 풀어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식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차량이 영결식을 위해 서울시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문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극단적 편향성은 필연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극우·남성적 성향의 일베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의 메갈리아 등이 번갈아 주목을 받았다. 보수가 약화된 현재는 클리앙 등 진보 커뮤니티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이념, 신념을 절대적으로 믿고 다른 가치를 무시해버리는 집단이 모이는 것은 인터넷의 속성"이라며 "인터넷 군중의 특성은 그것이 진보건 보수건 간에 자기들만의 가치만이 유일한 가치라고 믿는 유유상종의 극단적 폐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불신을 풀어 가야만 인터넷의 극명한 문제도장기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