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훨훨' 나는데 SK하이닉스는 '설설' 기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7.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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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훨훨' 나는데 SK하이닉스는 '설설' 기는 이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향해 달리는데 SK하이닉스 주가는 횡보세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유무가 두 기업의 주가를 갈랐다.



삼성전자 상승을 이끄는 재료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주 가능성이다. SK하이닉스는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또 3분기에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

29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68% 오른 5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6만400원까지 오르며 사상최고가(6만2800원)에 근접했다.



외국인은 전날 삼성전자를 9200억원 쓸어담은데 이어 이날도 29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0.12% 오른 8만32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거래일 간 1.77% 하락했다.

지난 2월 기록한 52주 최고가(10만6000원) 대비 21.5%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도 매도세다. 최근 한달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40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7200억원 순매수했다.


두 반도체 기업의 극명한 온도차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유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D램, 낸드플래시 등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가볍고 작은 몸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6Gb DDR5 D램 개발을 완료했다. DDR5는 전송 속도는 5200Mbps로 DDR4의 1.6배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2분기에 D램 가격 강세로 영업이익 1조9000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에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D램 사업 비중은 73%에 달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가능성, 미·중 갈등 고조 등으로 하반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3분기 서버 디램 가격은 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바일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신규 게임 콘솔용 그래픽 D램과 SSD(기억보조장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3분기에는 실적이 소폭 감소하고 4분기에 신규 아이폰 제품 수요에 힘입어 실적이 재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실적 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약 90%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글로벌 비메모리 시장이 메모리시장 대비 2배 가량 크다는 점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5G,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에도 사용된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작다. 하지만 최근 공장을 증설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지난6월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경영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지난6월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의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경영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는 처리, 연산 등의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하다. 시스템 반도체에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처럼 컴퓨터에 이용되는 것과, 스마트폰의 CPU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있다.

설계만 하는 기업은 팹리스(AMD), 생산을 하는 곳은 파운드리(TSMC)라고 부른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TSMC가 시장점유율 51.5%로 1위, 삼성전자가 18.8%로 2위다. 반도체 기업 1위인 인텔은 설계부터 생산을 모두 하는 IDM(종합반도체) 회사다.

최근 인텔의 7나노(nm) CPU 출시 연기와 외주 비중 확대는 결국 시스템 반도체 생산 업체들에게만 호재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는 세계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앞으로 위탁 생산할 물량이 20% 또는 그 이상이라고 밝혔는데, 지난해 인텔의 CPU 매출 원가율(216억달러 추정)을 기준으로 계산해볼 때 위탁 물량은 최소 43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탁 예정 물품들은 선단 공정 제품들이라 실제 주문 금액은 더 클 수 있다"며 "인텔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주문을 줄 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CPU 파운드리는TSMC를, 칩세트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에게 맡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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