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입연령 낮추는 실손보험들, '50세 넘으면 거절'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7.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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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입연령 낮추는 실손보험들, '50세 넘으면 거절'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고 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 일반 실손보험 가입가능 연령을 각각 49세와 50세로 내렸다. 삼성생명도 60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연령 이상의 고령층은 보험료가 더 비싼 노후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일반 실손보험 가입 가능연령을 기존 65세에서 49세로, 동양생명은 60세에서 50세로 변경했다.

이미 교보생명·ABL생명·흥국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신한생명은 60세로 가입연령을 낮췄다.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가입연령이 70세인 삼성생명도 60세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액보험의 경우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다소 개선됐지만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 악화가 지속돼 현재 70세인 일반실손보험 가입연령을 60세로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손해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5%로 전년 같은 기간 128.5%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이 조차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나이롱환자(가짜환자) 등이 줄어 손해율이 예상보다 덜 악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20% 가량 보험료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올 초 약 10% 가량 밖에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면서 올해 약 10%포인트 이상의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감소해 가파른 손해율 상승을 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액이 급증한 이유는 의료 이용량 증가로 보험금 청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문재인케어' 시행 후 의료기관이 수익보전을 위해 또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풍선효과’가 통제되지 않은 탓이 크다. 일례로 올해 1분기에만 13개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15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엔 약 4500억원이 나갔다. 일부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시력교정을 해 주고 검사료를 부풀리는 식으로 건당 60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받는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앞다퉈 가입연령을 낮추면서 현재 가입연령이 65~70세인 손보사들도 가입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가 인수심사를 강화해 병력이 전혀 없는 젊은 층도 방문진단심사를 거치지 않고 실손보험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피를 뽑거나 혈압을 재는 등의 사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병력이 없는 20~30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보험금의 60% 후반을 차지하는 비급여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보험료 인상도 사실상 당국이 억제하다 보니 보험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손해율 관리 방법이 계약심사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밖에 없다”며 “가입기준은 보험회사의 고유 재량인데 고객 감소를 감수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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