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퍼주다 딱걸린 SPC, 역대최대 과징금에 검찰고발까지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7.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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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PC 홈페이지/사진=SPC 홈페이지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 식품 브랜드로 유명한 기업집단 SPC가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 경영권 승계를 위해 7년 동안 총 414억원의 부당이득을 총수일가 회사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PC 계열사가 SPC삼립(이하 삼립)을 부당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 법인을 고발한다고 29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그동안 부당지원으로 부과한 사례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계열사의 ‘삼립’ 집중지원
계열사 퍼주다 딱걸린 SPC, 역대최대 과징금에 검찰고발까지
SPC 계열사 파리크라상, 샤니,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는 수년에 걸쳐 삼립을 집중 지원했다. 삼립은 허 회장과 두 아들(허진수·허희수), 그룹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 등 총수 측 지분이 총 79.6%인 회사다.



샤니는 2011년 맺은 ‘영업양수도 계약’을 통해 삼립이 자사 상표권을 무상 사용하도록 하고, 판매망 부문 무형자산은 정상가격(40억6000만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28억5000만원)에 양도했다.

샤니는 판매망을 삼립에 넘긴 이후에도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제공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삼립은 양산빵 시장 73%를 점유하는 1위 사업자가 됐지만, 샤니는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사가 보유한 밀가루 생산업체 밀다원의 주식을 정상가격(주당 404원)보다 크게 낮은 255원에 삼립에 양도,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밀다원 주식 매각에 따른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매각손실은 각각 76억원, 37억원으로 평가됐다.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는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로부터 제빵 원재료 등을 구매하면서 중간에 삼립을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거래’로 삼립에 381억원을 지급했다. 삼립은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파리크라상 등은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삼립이 판매하는 원재료 등을 구매해야 했다.

정 국장은 “SPC는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 행위라고 인식했다”며 “외부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고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지배력 유지, 경영권 승계 목적”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 종로구 파리바게뜨 카페대학로점. 2019.11.5/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 종로구 파리바게뜨 카페대학로점. 2019.11.5/뉴스1
SPC 계열사가 일제히 삼립을 부당지원한 것은 궁극적으로 SPC의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서였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총수일가 보유지분 100%)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라며 “지배력 유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SPC는 삼립의 주식 가치를 높인 후 총수 2세들이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 방법으로 2세의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법인(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를 비롯해 허 회장,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부당지원에 허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허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 주요 사항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다”며 “허 회장의 결정사항은 조상호, 황재복 등 소수 인원이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고 밝혔다.

SPC “과도한 처분...향후 대응 방침 결정”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SPC는 “판매망,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다”며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밝혔다.

SPC는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지만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했다. 또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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