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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4%씩 오른 서울 아파트…월급 모아선 집 못산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20.07.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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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국민 모두가 집이나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가 돼야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매년 6.4%씩 오른 서울 아파트…월급 모아선 집 못산다




# 40대 직장인 K씨는 2015년 서울 아현지역 신축 아파트에 청약을 하려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6억원이 넘는 분양가에 부담을 느끼고 나중에 돈을 더 모아서 집을 사겠다고 마음 먹고 아파트 청약을 포기했다. 굳이 2015년이 아니더라도 K씨처럼 돈을 더 모아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았다.

그런데 “돈 모아서 집사겠다”는 말은 2015년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불가능한 명제가 돼 버렸다. 아현 지역 신축 아파트 가격도 5년 동안 두 배 넘게 올랐다.

근로소득 증가속도 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에 집을 사는 가장 최적의 시기는 '돈을 모으고 난 후'가 아닌 바로 '지금'이 됐다.



◇20년동안 248% 상승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지난 2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과 근로자 임금총액 증가속도를 비교해보면 더 명백해진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임금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999년 1월 28.7에서 2019년 1월 100으로 상승했다. 20년 동안 248% 상승했으며 연평균 상승률은 6.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한강이남)지역은 300% 상승했으며 연평균 상승률이 7.2%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에서 강남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계속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근로자의 임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1999년 154만3600원이었다. 이 금액은 20년이 지난 2019년 381만8727원으로 상승했다. 20년 동안 147% 상승했으며 연평균 상승률은 4.6%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상승과 임금총액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1999년 약 591조원에서 2019년 약 1919조원으로 지난 20년간 225% 증가했다. 서울아파트 가격지수 상승폭(248%)보다는 작지만, 임금 상승폭(147%)보다는 훨씬 크다.

◇자산가격 상승 속도가 국내총생산과 근로자 임금 상승률을 초과

임금 상승속도보다 서울 아파트 등 자산가격 상승속도가 빠른 건 우리나라 만의 상황이 아니다.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부의 불평등을 비판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자.

피케티 교수는 자본이 증가하는 속도가 생산과 임금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빈부격차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700년 이후 자본 수익률은 약 5%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률은 여기에 훨씬 못 미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률은 6.4%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6.1%를 넘어섰다. 임금상승률(4.6%)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경제는 2010년대 이후 2~3% 저성장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 향후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 및 임금상승률의 차이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알 수 있는 건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본을 소유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인플레이션도 보상하지 못하는 은행예금에 넣기 보다는 주식 또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국민 모두가 주택이나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가 돼야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도 지금처럼 임대주택 제공에만 집중하는 것 보다는 자가소유를 돕는 게 장기적으로 부의 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목적으로 대출 규제를 크게 강화하면서 정작 실수요자인 30~40대가 1주택을 마련하는 게 더 힘들어졌다. 수요 억제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을지 몰라도, 대출 없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부유층과 대출 없이는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는 서민 계층 간의 자산 불평등 현상은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자본 수익률이 생산이나 임금 상승률을 증가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국민을 집이나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의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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