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사죄상' 논란에…제작자 "아베 아냐, 곧 물러날 사람을 왜…"

[서울=뉴시스]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영원한 속죄' 조형물이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 조형물 앞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라고 보도하며 조형물이 한일 간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봤다. /사진제공=한국자생식물원

한 남성이 한복을 입은 소녀 앞에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담은 조형물 '영원한 속죄'.

일명 '아베사죄상'으로 알려진 조형물의 제작자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사죄하는 남성이) 아베였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령 평창 자생식물원 원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형물의 모델에 대해 "(아베 총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식물원에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있는데, 의미 있는 걸 만들고 싶어 만들었다.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했다며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도움을 받아서 한 걸로 곡해해서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형물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사죄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대상은 사죄하는 누군가지 아베를 콕 집은 건 아니다. 아베는 좀 있으면 물러날 사람이다. 그 사람을 형상화해서 (영원한 속죄라는) 작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06.24.

앞서 일본 언론들은 조형물 '영원한 속죄'를 소개하면서 강제 징용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조형물이 공개된다면 양국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일본이) 잘못한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독도 문제, 무역 문제, 한국에 대한 태도 등은 문제가 아니고 개인이 만든 게 결례가 된다는 건 자기중심적인 발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농사짓는 사람, 식물원 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 이런 걸 하겠나. 다만 좀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각으로 만들어 놨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논란이 된 조형물을 치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집 마당에 만들어 놓은 걸 이웃집에서 뭐라 한다고 창고에 갖다 놓을 수 없다"며 "오는 사람들이 볼 수도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그냥 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일본 언론이 문제를) 키우든 불리든 상관없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고 안 그랬으면 좋겠다"며 "개인의 생각을 작품화한 것이다. (이 작품을)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아베사죄상' 조형물이 설치됐다는 소식에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국제예의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