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드는 인공태양…'미래에너지' ITER 조립 본격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7.29 06:19
글자크기

프랑스 카다라슈서 착수식…한국사업단 진공용기 섹터 6번 등 9개 핵심품목 납품

ITER조립 작수식/사진=ITER국제기구ITER조립 작수식/사진=ITER국제기구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ITER)의 핵융합장치(토카막)가 본격적으로 조립된다. ITER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핵융합연구소(이하 핵융합연)는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지에서 기념식을 열고 핵융합장치 조립에 본격 착수했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 대량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건설·운영하는 실험로다. 에너지 발생 원리가 태양과 같다고 해서 ‘인공태양’으로도 부른다. 주로 물을 원료로 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영구적 에너지다. 이를테면 욕조 반 분량(35리터)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1g)와 노트북 1대에 장착된 배터리 속 리튬량 정도에서 추출한 삼중수소(1.5g)를 결합해 생산한 핵융합에너지는 한 가정에서 80년간(월 300kwh 소비 기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핵융합발전은 폭발 위험이 없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ITER는 10년 이상 설계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했고 완공 후 2040년까지 실험·운영한다. 2050년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ITER조감도/사진=핵융합연ITER조감도/사진=핵융합연


ITER 건설 조달품 현지 모두 도착…총조립에 4년반
최근 몇 달 동안 참여국들은 각자 맡은 핵심 부품들을 개발, 현지 운송을 끝냈다. 한국은 ITER 건설을 위해 책임진 9개 품목 중 핵융합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 섹터 6번’과 ‘열차폐체’(Thermal Shield)를 개발·제작해 현지에 조달했다.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억도 이상 초고온의 플라스마(고온·고압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를 발생·유지할 수 있는 고진공 환경을 만든다. 여기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내뿜고 그 증기가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진공용기 섹터6번/사진=현대중공업진공용기 섹터6번/사진=현대중공업
이중 우리나라가 제공한 진공용기 섹터 6번(11.3m, 폭 6.6m, 무게 400톤)은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완성했다. 이는 진공용기 조립 설치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최초 섹터이자 전체 조립의 기준점이 된다. 이를 통해 주장치 조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TER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핵융합연 유석재 소장은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등 수백 톤의 대형·고중량 구조물들을 최종 조립·설치하는 공정은 수 밀리미터(㎜) 단위의 세밀한 조립공차가 요구되는 등 매우 까다롭다”며 “과학·기술적으로 최고 난도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ER 진공용기 섹터부 조립장비/사진=ITER국제기구ITER 진공용기 섹터부 조립장비/사진=ITER국제기구
핵융합연에 따르면 조립은 우선 9개로 나뉜 진공용기 섹터에 TF(Troidal Field)자석, 열차폐체를 결합하고 이 섹터를 서로 합쳐 완성한다. 최종 조립 시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로 높이 13.8m, 외경 20m, 총무게 5000톤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가열장치, 극저온 냉동시설, 연료주기 등 보조시스템 설치도 함께 이뤄진다. 총조립에는 약 4년반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날 착수 기념식엔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다/사진=유튜브 캡쳐이날 착수 기념식엔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다/사진=유튜브 캡쳐
이날 열린 착수 기념식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상·서면인사를 통해 ITER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축하 영상을 통해 “각국이 그동안 제작한 품목을 이제 하나로 완성하듯이 7개국이 하나 된 협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함께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 역시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이 ‘ITER’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50년 ‘청정하고 안전한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영상·서면 인사를 통해 ITER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사진=ITER국제기구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영상·서면 인사를 통해 ITER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사진=ITER국제기구
국내 기업 조달품 수주 6180억원 ‘2배 남는 장사’
한편 한국이 ITER를 이루는 9개 주요 장치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국내 110여개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 및 타 회원국으로부터 누적 6180억원(2007~2020년, 136건)의 ITER 조달품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동안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총액(약 3723억)을 넘어선 규모다.

한국 핵융합에너지 전문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경수 전 사무차장(기술총괄), 김근경 건설부문장 등 한국 과학자들이 ITER 국제기구에서 장치건설을 총괄하는 중책을 연이어 맡는 등 뛰어난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ITER 국제기구에 근무 중인 한국인 핵융합 전문가는 총 51명이다.
인류가 만드는 인공태양…'미래에너지' ITER 조립 본격화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