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위험 커진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수순 밟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7.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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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모든 가능성 감안해 협의 진행"…M&A 깨지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불가피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금융당국이 어떤 방향성도 정해 지지 않았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당국은 원론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미래에셋)이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를 요구한 것이 계약 해지 수순으로 해석되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됐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서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리 섣불리 이쪽으로 간다, 저쪽으로 간다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국유화를 사실상 검토하는 것으로 시장에 받아 들여졌다. 아시아나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이에 금융위가 나서 “현재 인수합병(M&A)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인 만큼 관계 기관간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노딜’이 될 경우 국유화 가능성은 불가피하다.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은 HDC현산-미래에셋이 아시아나 인수계약 이후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점 등을 이유로 딜을 마무리하지 않으면서 계속 흘러 나왔다. 특히 아시아나의 대주주이자 계약당사자인 금호산업이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기업결합승인 절차가 끝나면서 거래를 종결하자고 HDC-미래에셋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HDC-미래에셋측은 오히려 재실사를 하자고 맞대응하면서 노딜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아시아나의 국유화는 정부가 직접 아시아나를 소유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정부 소유의 채권은행이 아시아나를 소유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나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부를 영구채로 지원했다. 이를 주식으로 바꾸면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 주식 1억3100만주, 36.99%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된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앞서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감자하면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아시아나를 정상화하기 위해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이 떨어진 산은과 수은을 대신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나설 수도 있다. 정부는 기안기금 지원이 곧 국유화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채권단이 최대주주이고 기안기금이 자금을 지원하면 국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일시적으로 아시아나를 소유하게 되더라도 향후 항공산업이 정상화되면 다시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물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처럼 채권단 관리가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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