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상품인데…" 해외리츠 떠 안은 메리츠증권의 고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7.29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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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글로벌리츠의 기초 자산인 벨기에 오피스 빌딩. /사진제공=JR투자운용JR글로벌리츠의 기초 자산인 벨기에 오피스 빌딩. /사진제공=JR투자운용


해외 공모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1호로 기대를 모았던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흥행 실패로 공동주관을 맡은 메리츠증권의 고민이 깊어진다.

그동안 업계 대비 과도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컸는데, 이번 공모 미달 물량 상당수를 메리츠증권이 인수하게 되면서 부동산 투자 관련 부담을 크게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2~24일 실시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0.23대1의 경쟁률을 기록, 대거 미달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16~1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기관 참여가 저조해 4900만주 가운데 2900만주만 배정됐다.



일반청약과 기관청약에서 배정되지 않고 남은 물량은 공동주관사인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인수한다. 실권 배정 후 지분율은 KB증권이 26.51%, 메리츠증권이 17.92%다.

이번 실권주 인수로 메리츠증권은 사전IPO(기업공개) 단계에서 투자한 650억원을 포함, 전체 조달금액 8280억원 중 약 2100억원을 투입하게 됐다.

문제는 메리츠증권이 그동안 과도한 부동산 위험노출로 지적을 받아온 상황에서 투자 회수하려 했던 해외 부동산의 지분을 오히려 상당수 끌어안게 됐다는 것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대형 오피스인 '파이낸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다. 파이낸스타워 소유 법인에 투자한 자(子)리츠 '제이알제26호리츠'에 투자하는 모자(母子)리츠 구조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메리츠그룹 계열사 자금을 모아 제이알투자운용, AIP자산운용과 함께 파이낸스타워를 인수했다. 이번 리츠 공모는 메리츠증권이 파이낸스타워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리츠에 대한 시장의 무관심으로 청약 흥행에 실패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분 일부를 계속 가지고 가야할 상황이다. 벨기에 정부의 15년 간 의무임차와 연 8%의 높은 배당수익률 제시에도 시장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줄여야 하는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런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는 6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72%에 달한다.

최근 유상증자와 리스크 관리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자기자본의 200%) 밑으로 떨어트렸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이 투자한 벨기에 빌딩은 채무자산은 아니지만 공실률과 자산가치 하락 등의 위험이 더 높다는 점에서 부동산 익스포저를 더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관련 리스크 증가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부동산의 자산가치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외 부동산 중심으로 익스포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위험 요인에 대한 추가적인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 같은 리스크에 예외일 순 없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상장 이후 지분을 매도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과도한 매도 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도 손해일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불만도 감수해야 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가치 제고를 위해 KB증권과 함께 3개월 간 지분을 의무보유 하기로 했다"며 "안정적 배당 매력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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