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첫발을 알렸던 64메가 D램 세계 최초 개발 28돌을 앞두고 당시 개발팀장이었던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종합기술원 회장)이 28일 삼성전자 사내 방송 인터뷰에서 경영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삼성전자 (78,500원 ▲3,000 +3.97%)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인 '총수 경영'의 경쟁 우위가 한몫했다는 회고다.
"최고 경영자의 결단이 사업 성공 비결"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 회장은 1974년 부친인 이 선대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강한 신념을 보였다. 1987년에도 이 회장의 뚝심은 변함 없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사장단이 2010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사장, 이건희 회장,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 윤주화 사장, 정칠희 부사장(반도체연구소장), 전영현 부사장(D램 개발실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권 고문도 삼성전자가 30년 가까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한 동력과 경쟁력에 대해 이 선대회장과 이 회장 등 그룹 총수의 책임감과 도전정신,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꼽았다. 권 고문은 "(삼성이) 성공한 원인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며 "내가 꼭 하겠다는 책임감, 도전정신과 함께 임직원들의 데디케이션(Dedication·헌신), 꼭 달성하겠다는 헌신적 노력이 어우러져서 지금 같은 최고 위치에 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日 토요타도 총수 경영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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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왕좌를 내주기 전까지 메모리반도체 왕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이 한순간에 몰락한 배경도 이런 대목 때문이었다. 일본은 '100% 경영전문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했고 업계가 불황일 때 선제투자를 하기 어려웠다.
권 고문은 "나도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굉장한 적자, 불황 상황에서 '몇 조원을 투자하자'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그런 위험한 순간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층의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한 것처럼 반도체 사업은 앞으로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반도체 생산라인인 중국 시안 사업장을 방문, 생산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권 고문은 "순간적으로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원활하게 소통하고 토의해야 한다"며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원활한 소통과 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삼성이 새로운 기준 세울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올 상반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10조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미국의 인텔은 15조3000억원대의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전세계 반도체 실적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들에 밀려 3위로 쳐질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최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저 옛날의 연장선에서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습과 목표를 공부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이렇게 하라는 기준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준점을 우리가 세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트렌드를 잘 보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