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바꾼 것에 불과"하다했지만…윤석열 돕겠다던 측근 간부도 검찰 떠난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20.07.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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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스1) 안은나 기자 = 전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난 노정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왼쪽부터), 서울고검 차장으로 발령이 난 조상준 형사부장, 제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보임 신고식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1.10/뉴스1(과천=뉴스1) 안은나 기자 = 전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난 노정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왼쪽부터), 서울고검 차장으로 발령이 난 조상준 형사부장, 제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10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보임 신고식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1.10/뉴스1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이르면 30일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사의를 표명한 인사가 나왔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이른바 '학살 인사'를 당한 윤 총장 대검 참모 중 한명인 조상준(사법연수원 26기·검사장)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1월 '학살 인사' 당시 한동훈(27기) 검사장을 비롯해 좌천성 인사란 평가를 받은 윤 총장 참모들은 '항명성 집단 사표'를 낼 가능성이 제기될 때에도 "어느 자리에서든 공직자의 소임을 다하며 윤 총장을 돕겠다"며 윤 총장과 끝까지 검찰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윤 총장 역시 이들의 전출신고식 당시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여러분들의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을 격려했다.

"검찰에서 더이상 할 수 있는 일 없다" 판단한 듯
28일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조 검사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조 검사장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성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 수사지원과장·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내는 등 `'특수통' 출신이다.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팀에서 윤 총장과 함께 수사를 하는 등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꼽혀왔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단행된 첫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검 형사부장에 임명돼 '윤석열 사단'의 약진이란 평가를 받았다. 윤 총장이 특수수사 이외의 분야까지 '특수통' 출신으로 요직을 채웠다는 비판이 나올 때 조 검사장 역시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임명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윤 총장의 대검 참모 전원을 보직 이동 발령을 내면서 윤 총장의 수족을 자르는 '학살 인사'란 평가가 나왔을 때 조 검사장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조 검사장이 대검 형사부장에서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한 검사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검사장이 공공수사부장에서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이동하는 등 윤 총장 측근 인사들을 타깃으로 한 좌천성 인사란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비록 한직으로 밀려나면서도 윤 총장이 검찰 조직에서 중심을 잡고 버텨주는 이상 어느 자리에서든 검찰 내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항명성 사직이 결코 윤 총장이나 검찰 조직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란 판단을 했다는 거다.

조 검사장의 이번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윤 총장을 비롯해 주변 인사들이 적극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검사장은 끝내 검찰을 떠나는 길을 선택해 6개월 전과는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 검사장을 잘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가족들의 생각이나 본인 진로 등 개인적인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더이상 검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수사지휘권 박탈 사태 등 윤 총장과 검찰 힘빼기가 지속되는 일련의 상황이 조 검사장의 사직 결심에 영향을 줬을 거란 얘기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 두번째) 등 검사장급 검사들이 법무부에서 열리는 검찰고위간부 보임 신고식 참석을 위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조상준 형사부장, 한 부장, 박찬호 공안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2020.1.10/뉴스1(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 두번째) 등 검사장급 검사들이 법무부에서 열리는 검찰고위간부 보임 신고식 참석을 위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조상준 형사부장, 한 부장, 박찬호 공안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2020.1.10/뉴스1
윤석열 고립 심화…검찰 인사폭 커진다
조 차장검사가 사표를 내면서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11자리로 늘었다. 기존 공석 6자리에서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선배인 김영대(22기) 서울고검장과 양부남(22기) 부산고검장,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정회(23기) 인천지검장, 송삼현(23기) 남부지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검찰과 법무부 내에선 추 장관이 인사폭을 키우기 위해 22~23기 검사장들의 사직을 사실상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고위간부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는 오는 30일 개최되며 이르면 이날 검찰 고위직 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은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 이어 8월 초 차·부장급 간부 인사도 대폭 단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평검사 인사까지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인사폭이 대폭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월 인사와 마찬가지로 윤 총장을 고립시키고 추 장관의 검찰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참모와 주요 수사 담당자들의 교체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영향력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곧 단행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이 다시 한번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형사부 검사 우대를 내세워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특수통 출신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검찰 주류의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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