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수소로 16만 가구 쓸 전기가 '펑펑'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안재용 기자 2020.07.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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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산그린에너지사진제공=대산그린에너지


충남 서산시 대죽리 대산산업단지. 이곳에서 태안반도 가로림만을 왼편에 끼고 10분간 차로 달리면 쇼핑몰 옥외주차장 같은 형형색색의 철골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 빼곡히 들어찬 114개의 연료전지는 인근 석유화학 생산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연간 16만 가구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한다.

세계 첫 부생수소 발전소가 충남 서산에서 문을 열었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온실가스를 단 1g도 배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급받는 수소도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이므로 시작부터 끝까지 '청정 발전'을 구현했다. 정부와 한화, 두산이 힘을 모아 내놓은 'K발전' 결과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충남 서산 대산읍에서 열린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했다. 정부는 수소전기차 등 수소모빌리티에 이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수소경제 이행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전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본격적인 수소경제 성장기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2040년까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GW(기가와트)를 생산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연간 40만MWh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인근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전기 생산지와 수요지가 가까워 별도 송전망 투자가 필요 없고, 환경 부담도 최소화하는 등 분산형 전원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이 발전소는 특히 정부와 한화 (26,650원 ▼50 -0.19%), 두산 (132,900원 ▼500 -0.37%)이 힘을 모아 건립했다. 한화에너지는 발전소 연료전지의 운전과 정비를 맡고, 두산퓨얼셀 (18,330원 ▼570 -3.02%)은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여기에 한국동서발전은 이곳의 생산 전력을 모두 매입하기로 했다. 이 발전소는 한화에너지(49%), 한국동서발전(35%), ㈜두산 (10%)의 지분구조로 운영한다.

무엇보다 국내 기술력과 자원으로 새로운 발전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한화는 대산에 위치한 석유화학 계열사 한화토탈이 2016년 설비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부생수소를 발생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부생수소 발전소의 밑그림을 그렸다. 두산퓨얼셀은 이 발전소에 114개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며 실제 전기 생산을 도왔다. 2014년 인수한 미국 연료전지 업체가 전신인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 기술을 다양한 국내 업체에 전수했고,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국산화율을 98%로 끌어올렸다.


대산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모두 '친환경'으로만 이뤄진다. 한화토탈의 '아로마틱'(벤젠, 톨루엔, 자일렌처럼 6각 고리형 분자구조를 가진 탄화수소 화합물) 공정에선 자연적으로 부생 수소가 시간당 3톤씩 나오는데 이 수소가 지하 배관을 타고, 발전소의 수소 연료전지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무(無) 연소, 무(無) 대기오염'의 수소 연료전지는 이렇게 공급받은 수소에서 산소와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공기 정화 기능도 탁월하다. 이 발전소는 발전기에 장착된 미세 필터를 통해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알아서 정화해준다. 35만명이 숨쉴 수 있는 깨끗한 공기를 발전소 인근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다. 과거 화력발전소가 대기오염의 주범이었던 것과 달리 발전소 자체가 거대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산 부생수소 발전 모델의 해외 수출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중국, 인도, 미국 등 에너지 강국들도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아직까지 1MW(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발전소만을 시범 운영하는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발전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국내 발전 모델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대산 외에도 울산과 여수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도 부생수소 발전 모델을 시급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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