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도 커지는 '수도 이전론', 한국과 다른 이유[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7.2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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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사진=AFP/사진=AFP


최근 국내에선 행정수도 이전 얘기가 나오며 논란이지만, 일본에서도 도쿄에 집중된 수도 기능을 이전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수도 기능 분산론이 나온 배경은 조금 다릅니다.



日서도 커지는 '수도 이전론', 한국과 다른 이유[日산지석]
자민당 의원들이 뭉쳤다
26일 친 아베신조 정부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지방으로 행정 기능을 분산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인구가 몰리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고, 태풍·호우·지진 등 재해 리스크도 크다면서 "국가 위기관리 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주 내용입니다.

수도 도쿄도가 26일까지 6일 연속으로 확진자가 200명 넘게 발생하며 일본의 코로나19 재확산 중심에 있으니 일리 있는 말입니다. 일본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도쿄는 5월 초 처음으로 인구 1400만명을 넘어 '일극화'가 진행중입니다.



우익매체 산케이의 이런 목소리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지난달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사회기능의 전국 분산을 실현하는 의원 연맹'이 출범했습니다.

입법부(국회)는 도쿄에 남기되 행정부와 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연맹의 후루야 게이지 의원은 지난달 25일 설립 총회에서 "감염 대책 차원에서도 경제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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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기회"라는 이유
수도 기능을 쪼개려는 건 물론 국가의 고른 발전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타당한 논리지만 일본은 20여년 전 수도 이전 도전 때에도 비용을 이유로 실패했을 만큼 이 논리만으로는 실현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의 경험은 상황을 진전시켰습니다.

원래 수도 기능 분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안전'입니다. 과도한 도시화는 땅의 물빠짐을 나쁘게 해 국지적 호우에도 피해가 생기고, 인구가 몰려 있다보니 자연재해 피해 규모도 클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바이러스 문제가 더해졌습니다.

일본정부 역시 최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아날로그 사회'로서 대란을 겪은 뒤 행정 '디지털화'를 서두르며 걸림돌을 줄이고 있습니다. 수도 기능이 흩어질 때 생길 물리적인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재택근무 증가도 배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경험해보니 의외로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외부에서 주요 업무를 할 수 있다면 굳이 도시에 살 이유도, 사무실이 도심에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일본 내각부가 5월말~6월초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한 비율은 전국에서 34.6%, 도쿄 중심부 23개구가 55.5%였습니다. 도쿄 23구에 사는 20대 35.4%는 "지방 이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일본기업 GMO 인터넷 그룹 사무실이 재택근무로 인해 비어 있는 모습. /사진=회사 블로그지난 2월 일본기업 GMO 인터넷 그룹 사무실이 재택근무로 인해 비어 있는 모습. /사진=회사 블로그
본사 옮기는 기업들…"우리동네에 살면 지원금"
기업들 중에는 이미 본사를 옮기거나 분산하는 사례들이 나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한 달여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풀러'는 도쿄 인근 지바현에서 니가타현으로 이전했고, 동종업체 '아스테리아'는 도쿄, 오사카의 본사 기능을 떼어 구마모토에 연구 개발 거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차 전문업체 '루피시아'는 홋카이도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지방의 지자체는 인구 유입을 위한 지원책을 쓰기도 합니다. 도쿠시마현은 지역 내에서 취업할 경우 이사 지원금을 줍니다. 기타큐슈시도 이주 지원을 하는데 올해 5월 해당 사이트 방문자 수가 이미 예년의 2배로 급증해 대중의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줬습니다.

20여년 전 일본이 수도 기능을 분산시키려고 했을 때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이를 지지하며 "일본의 과거 목표는 미국 등을 따라잡는 것이어서 중앙집권적으로 도쿄에 기능이 집중됐다.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구조적인 모순,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첫 번째 참고 모델로 삼은 미국은 경제중심지(뉴욕)와 수도(워싱턴D.C)가 다르고, 애플(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타벅스(워싱턴주 시애틀) 등 유명 기업들의 본사도 흩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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