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채운 위원장 '0명'…또 사령탑 잃은 민주노총[현장+]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0.07.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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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조합원 100만명이 넘는 '제1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위원장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의 최종 부결에 책임을 지고 김명환 위원장이 임기 5개월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것.



그의 퇴진을 두고 한 노동계 인사는 "직선제로 뽑힌 김 전 위원장이지만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며 "전형적인 강경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흔들기"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의 사퇴로 민주노총은 노동계 대표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노사정 대타협 논의도 민주노총이 원해 참여한 것이지만 결국 제 발로 걷어차는 선택을 했다.



'3년 임기' 온전히 채운 위원장 한 명도 없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전 위원장 사퇴로 민주노총은 3년 임기를 제대로 채운 위원장이 단 한 명도 없다. 김 전 위원장은 1995년 권영길 초대 위원장 체제로 출범한 이후 민주노총의 9기 위원장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명'을 거듭하고 있다. 권 전 위원장은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2년을 채우지 못했다. 2기 이갑용 전 위원장은 1998년 3월에 당선돼 1999년 9월에 위원장 임기를 마쳤다. 이 전 위원장은 위원장 선거 때부터 임기 1년을 주장했다. 3기 단병호 전 위원장은 2001년 단식농성을 벌이다 자진출두하면서 체포·구속돼 당시 민주노총은 유덕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4기 이수호 전 위원장은 1년 10개월 만에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혐의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5기 이석행 전 위원장 역시 민주노총 내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으로 2년 만에 사퇴했고, 6기 김영훈 전 위원장은 '직선제 도입' 불발 책임을 지고 임기 3개월여를 남기고 사퇴했다.


7기 신승철 전 위원장은 직선제가 실시되는 2014년 12월까지 1년 6개월 남짓 임기만 수행했다. 8기 한상진 전 위원장은 임기 시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속돼 2년 넘게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됐다.

27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제14차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에 조합원들이 입장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br>
27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제14차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에 조합원들이 입장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조직 장악력 약하다는 방증"…민주노총 계파 갈등 여전
민주노총 위원장들의 짧은 임기는 위원장들의 조직 장악력을 드러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의 사퇴 사태를 보더라도 민주노총 탄생 때부터 있었던 계파 갈등은 아직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선거에서 김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 최대 조직인 금속노조와 전교조에 비해 ‘마이너’인 철도노조 출신임에도 2차 투표 끝에 당선됐다. 그렇다 보니 김 위원장이 강경파를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조직 장악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민주노총에는 국민파(온건), 중앙파(중도), 현장파(강경) 등 여러 계파가 존재한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이 중 온건 성향인 국민파에 속했고, 당선 이후로 대화와 교섭을 중시하는 노선을 쭉 유지해 왔다.

10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오는 12월 열린다. 이번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첨예한 계파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 위원장도 임기 완주를 자신할 수 없다. "차기 집행부는 100만 조합원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김 전 위원장의 '사퇴의 변'이 묵직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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