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4, 2분기에만 충당금 1.5조…1년만에 2.6배 쌓았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7.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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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4, 2분기에만 충당금 1.5조…1년만에 2.6배 쌓았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금융그룹 ‘빅4’가 지난 2분기 1조5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에 미리 대응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수용한 결과다.

28일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 총액은 1조5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38억원보다 162.3% 급증한 규모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하나금융이 43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8.3% 증가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45%로 지난해 말보다 0.03%p 감소했다. 충당금으로 NPL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은 126.8%로 반년 만에 14.25%p 증가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NPL 커버리지 비율은 94.1%였는데 2분기가 되자 이 비율은 26.73%p 급증한 120.9%에 달했다.

신한금융은 라임자산운용 등 보상이 겹쳐 금융지주 중 최대인 5387억원을 신규로 적립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96.0%로 지주사들 중 가장 낮았다. 신한금융의 NPL 비율은 0.56%로 타 지주사들과 달리 반년 만에 0.04%p 상승했다. 그럼에도 NPL 커버리지 비율은 148%로 4%p 줄었다.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환입액도 많아 충당금 잔액이 276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분기 2509억원을 반영했다. 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작은 액수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고가 유난히 없었던 영향이 컸다. 1년새 증가율은 117.2%였다. KB금융은 충당금을 늘린 반면 NPL 비율(0.48%)은 소폭 줄면서 NPL 커버리지 비율이 지난해 말 130.2%에서 134.5%로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2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33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7% 늘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142.4%를 기록했다. 지주사 출범 전 은행 시절을 포함해 해당 비율이 14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들이 바라보는 대출 부실 등 위험 주체는 제 각각이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특히 극명하게 갈렸다. KB국민은행은 가계 부문 충당금을 전분기 대비 33.5% 늘린 900억원을, 기업은 69.9% 감소한 34억원을 설정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가계 충당금은 490억원으로 2.9% 늘리는 데 그친 반면 기업은 286.8% 확대한 1903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도 신한은행과 비슷하게 기업 부문에 집중해 충당금을 1분기보다 14배 넘는 1935억원 쌓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충당금은 금융당국 주문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연체에 더해 미래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며 “상당한 수준의 충당금을 쌓은 만큼 하반기 실적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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