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성과급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가운데 앞장서서 '화합무드'를 조성하던 현대·기아차 노조도 방향을 틀었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
올해는 더 심각하다. 상반기 중국발 부품공급망 마비로 1차 타격을 입은 업계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연이은 셧다운(일시 가동중지)과 해외 딜러망 마비로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2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현대차는 2분기 내수시장 판매가 22만55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0%나 늘었다. 기아차도 16만1548대로 31.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데 내수 판매는 오히려 성장한 셈이다.
이 와중에 국내 소비자들이 계획에 없던 차를 더 많이 샀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외 판로가 막힌 만큼 인기 차종을 내수로 돌리면서 인도가 빨라져 판매대수가 늘어난 것이다. 당장 급락하는 실적은 지지할 수 있겠지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격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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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GM은 상반기 16만6038대를 팔아 전년 대비 28.2%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에 비해 21.2% 줄어든 6만7666대를 팔았다. 양사 모두 내수는 한국지엠이 15.4%, 르노삼성차가 51.3% 늘었다.
내수증가의 허수는 생산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어든 162만7534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줄줄이 임금인상·성과급 요구..“노조 말바꾸기 안타깝다”
2공장 싼타페-투싼-아반떼 생산라인 /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밝힌 바 있다. 회사와 시장 상황은 더 나빠졌는데 노조 상위 조직인 금속노조의 지침을 핑계로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노조를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한국GM도 이미 2020년 임단협에 돌입한 상황이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을 기본으로 통상임금의 400%+600만원 성과급 지급, 조립라인 근무자 수당 500% 인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 휴가 이후 사측과 협상을 본격화할 예정인 르노삼성차 노조도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 코로나로 인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워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임단협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투'를 감당할 수 없는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에도 이미 차 업계 전반이 장기적 부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였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23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노조의 요구안은 2018년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들을 원래대로 백지화하자는 것인데 미래를 위해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노사는 함께 협력해야 하며 희생을 토대로 마련한 것들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 완성차업체 고위관계자는 "현대차든 기아차든 벼랑 끝에 선 현재로선 '파업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협상에 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만약 노조가 이를 파악하고 말을 바꾸고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이라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회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쌍용차 (6,020원 ▼70 -1.15%)는 지난 4월 11년 연속 무분규로 '2020 임단협'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