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곤두박질 치는데…"돈 더 달라" 떼쓰는 車노조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7.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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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곤두박질 치는데…"돈 더 달라" 떼쓰는 車노조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에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완성차업계엔 묻지마식 '하투(여름 노사갈등)' 전선이 형성되면서 최근 수요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일단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성과급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가운데 앞장서서 '화합무드'를 조성하던 현대·기아차 노조도 방향을 틀었다.



장기부진에 코로나 직격탄..‘불황형 흑자’로 골병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
임금인상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자동차업계 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복잡하다. 대부분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린데다 현대·기아차 역시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상반기 중국발 부품공급망 마비로 1차 타격을 입은 업계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연이은 셧다운(일시 가동중지)과 해외 딜러망 마비로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현대차 (252,500원 ▲3,000 +1.20%)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4541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9.6% 줄었다.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고도 표정이 어둡다. 지난해까지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역대급 신차를 쏟아냈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 (116,200원 ▲300 +0.26%)도 신차효과로 반등을 노렸던 상반기 영업이익이 47.7%나 줄어든 5896억원에 그쳤다.

2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현대차는 2분기 내수시장 판매가 22만55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0%나 늘었다. 기아차도 16만1548대로 31.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데 내수 판매는 오히려 성장한 셈이다.

이 와중에 국내 소비자들이 계획에 없던 차를 더 많이 샀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외 판로가 막힌 만큼 인기 차종을 내수로 돌리면서 인도가 빨라져 판매대수가 늘어난 것이다. 당장 급락하는 실적은 지지할 수 있겠지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격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GM은 상반기 16만6038대를 팔아 전년 대비 28.2%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에 비해 21.2% 줄어든 6만7666대를 팔았다. 양사 모두 내수는 한국지엠이 15.4%, 르노삼성차가 51.3% 늘었다.

내수증가의 허수는 생산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어든 162만7534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줄줄이 임금인상·성과급 요구..“노조 말바꾸기 안타깝다”
2공장 싼타페-투싼-아반떼 생산라인 / 사진제공=현대차2공장 싼타페-투싼-아반떼 생산라인 / 사진제공=현대차
완성차 노조의 전격적인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요구가 더 공분을 사는 이유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밝힌 바 있다. 회사와 시장 상황은 더 나빠졌는데 노조 상위 조직인 금속노조의 지침을 핑계로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노조를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한국GM도 이미 2020년 임단협에 돌입한 상황이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을 기본으로 통상임금의 400%+600만원 성과급 지급, 조립라인 근무자 수당 500% 인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 휴가 이후 사측과 협상을 본격화할 예정인 르노삼성차 노조도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 코로나로 인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워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임단협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투'를 감당할 수 없는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에도 이미 차 업계 전반이 장기적 부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였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23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노조의 요구안은 2018년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들을 원래대로 백지화하자는 것인데 미래를 위해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노사는 함께 협력해야 하며 희생을 토대로 마련한 것들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 완성차업체 고위관계자는 "현대차든 기아차든 벼랑 끝에 선 현재로선 '파업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협상에 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만약 노조가 이를 파악하고 말을 바꾸고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이라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회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쌍용차 (6,020원 ▼70 -1.15%)는 지난 4월 11년 연속 무분규로 '2020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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