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따상'에 맛들린 개미, 안정형 '리츠'는 외면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7.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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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초 자산인 벨기에 오피스 빌딩. /사진제공=제이알투자운용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초 자산인 벨기에 오피스 빌딩. /사진제공=제이알투자운용


"따상이면 160% 수익인데, 리츠를 왜 사?"

SK바이오팜 영향으로 최근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는 울상이다. 배당 수익에 초점을 맞춘 리츠는 짧은 기간 대박을 노리는 공모주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지난 22~24일 실시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경쟁률 0.23대 1을 기록했다.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라 할 수 있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면 올해 IPO(기업공개) 공모 첫 미달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리츠 중 처음으로 영업인가를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투자 대상인 기초 자산은 벨기에 브뤼셀 소재 오피스다. 이 건물은 벨기에 건물관리청, 국영방송 등이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리스크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 7%대 배당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리츠라는 평가에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6~17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48대 1을 기록했다. 급기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선 미달이라는 쓴맛을 봤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함께 공모를 준비한 마스턴프리미어1호는 앞서 공모 일정을 아예 연기했다.

최근 공모 리츠의 잇따른 부진은 지난 16일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 (5,030원 ▼40 -0.79%)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지스밸류리츠는 상장 첫날 공모가(5000원) 대비 11.8% 하락한 4410원에 장을 마쳤다.

통상적으로 리츠는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로 연간 5~7% 수준의 안정적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이지스밸류리츠는 상장하자마자 10% 이상 주가가 빠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게 리츠인데, 이지스밸류리츠가 하루 만에 10% 이상 주가가 빠지니 리츠는 매력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또 리츠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며 장내에서 얼마든지 공모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인식도 청약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리츠 외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환경도 리츠 외면에 한몫했다.

이달에만 SK바이오팜 (89,800원 ▲1,400 +1.58%), 에이프로 (12,430원 ▲980 +8.56%) 등이 상장 첫 날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2배 가격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를 뜻하는 은어)에 성공하는 등 대박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평이한 리츠가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자는 보통 상장 첫날 매도에 나서는 등 단기에 큰 수익을 노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리츠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보니 최근 공모 시장의 뜨거운 청약 열기가 비껴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스밸류리츠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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