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두산전에서 호투를 펼친 LG 임찬규. /사진=김동영 기자
선발로 나간 것은 아니다. 선발 차우찬이 등판 직전 어깨가 좋지 않았고,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왔다. 말 그대로 긴급 등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고, 공도 좋지는 않았으나 완벽투를 일궈냈다.
이어 "사실 공 던질 시간은 충분했는데, 끝날 때까지 몸이 잘 안 풀렸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불펜으로 나갈 때는 15개 미만으로 빠르게 던지고 올라간다. 오늘은 20개 이상 던졌는데도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더했다.
이날 속구 구속은 최고 141km에 불과했지만, 체인지업이 좋았다. 38개를 던졌고, 속구(39구)와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임찬규는 "신기한 것이, 속구가 잘 가는 날은 체인지업이 밋밋하다. 속구가 느린 날에는 체인지업이 잘 떨어진다. 오늘 이 부분을 좀 이용해 체인지업 비중을 확 늘렸다. 공이 너무 안 가서 다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싶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공이 뜻대로 가지 않아서 쉽지는 않았다. 볼넷을 주더라도 장타를 피하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유)강남이가 거의 90% 이상은 볼 배합을 했다. 맡겼다"라고 더했다.
결과는 다 좋았는데, 예상 외로 느린 공에 휘문고 9년 후배 이민호가 한소리 하더란다. "더그아웃에서 (이)민호가 '형 오늘 일부러 살살 던지시는 거죠?', '제구로 승부하려고 살살 던지는 거죠?'라고 하더라. 할 말이 없었다. 민호는 150km를 던지니까. 그래도 내가 9살 학교 선배인데 좀 아쉽더라"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