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도 방 빼"…하나투어, 면세점 사업 일단 철수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7.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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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면세점 인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제1터미널 입국장 영업정지 통보

서울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사진=하나투어서울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중견 면세사업자 에스엠(SM)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면세업계가 코로나19(COVID-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대한 탈출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하나투어 등에 따르면 하나투어 면세부문 자회사 SM면세점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과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하고 인천공항 측에 계약해지 통보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SM면세점은 지난 6일 사업권 만료를 앞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연장 영업 및 재입찰을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중견기업 면세점으로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내며 공항면세점 사업에 발을 디딘 지 5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업계에선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SM면세점이 면세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었지만 제2터미널 출국장과 제1터미널 입국장 만큼은 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장의 경우 지난해 5월 처음 영업을 시작해 이제 막 1년이 지난 만큼 이익을 낼 때까지 기다려볼 여지가 있었단 평가다.

하지만 SM면세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영업부진과 임차료 부담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로 여행수요가 얼어붙으며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가중되는 임대료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단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과 강도 높은 방역 대책으로 영업손실을 메우기엔 불가항력인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책을 펼치는 데 다소 미적지근하다는 불만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 중소기업 면세점과 규모가 비슷함에도 불구, 중견기업으로 적용돼 차등 지원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종로구 SM면세점 앞에서 관계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4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종로구 SM면세점 앞에서 관계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김태훈 SM면세점 대표는 이달 초 제1터미널 출국장 재입찰을 포기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의 임대료 지원에도 동일 사업권에 속한 중소기업과 차등 지원됐다"고 말했다. 현재 SM면세점은 정부의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에서 중소기업(75%)보다 적은 50%의 감면 폭을 적용받고 있다.


모회사인 하나투어의 부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뚝 끊기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하나투어가 자회사 통폐합 등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면세사업에도 메스를 댄 것이다.

SM면세점이 완전히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지는 내주쯤 인천공항 결정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SM면세점 측은 "인천공항에 계약해지 통보를 보냈다"며 "인천공항 답변에 따라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인천공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되면 SM면세점은 더 이상 운영하는 사업장이 없게 된다. 지난 3월 서울 시내점 특허도 반납하며 시내면세점 사업도 접었기 때문이다.

다만 폐업 등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영업을 정지하면 당장 운영하는 사업장은 없지만 추후 사업기회 등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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