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은값, 주식까지 급등…'정상 아니야'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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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2020.7.23/뉴스1(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2020.7.23/뉴스1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통상 주식시장과 안전자산인 금·은은 반대로 움직이나,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이들 자산이 모두 다같이 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24일 KRX(한국거래소)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410원(1.94%) 오른 7만3940원에 마감했다. 앞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4일 2014년 3월 KRX금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종가 7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만 금 현물 가격은 30.8% 올랐다.



은도 마찬가지다. KODEX 은 선물(H) ETF(상장지수펀드)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2.10%, 신한 은 선물 ETN(상장지수증권)(H)은 같은 기간 23.07% 올랐다. 특히 신한 은 선물 ETN은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극심하던 지난 3월 69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4달여 만에 84% 넘게 올랐다.

국제 시장에서의 금과 은의 고공행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3%(24.90달러) 뛴 18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1898달러(2011년 9월)에 약 9년 만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1897.7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9월 인도분 은 또한 지난 21일 21.5달러를 돌파하며 2014년 3월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다. 한때 23달러까지 치솟은 선물 가격은 현재 2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금값·은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와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 2020.7.23/뉴스1(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금값·은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와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 2020.7.23/뉴스1
보통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 증시에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주식과 금·은이 다같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때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로 원자재와 증시가 상승하는 '유동성 랠리'가 발생한다"며 "경기침체 직후엔 금과 증시의 급등이 항상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금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태까지 금 수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험 회피 수단이었다면, 앞으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현재 미국의 M2(통화량) 증가율은 24.2%로, 1960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전체 통화량도 전년 대비 12.7% 늘어났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 수요는 상반기 '리스크 회피' 용도에서 하반기 '물가 헤지' 용도로 수요가 이전될 것"이라며 "물가 급등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 가능성은 금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민 연구원은 "하반기 금 가격은 물가 헤지 수요를 반영해 역대 최고 수준인 1900달러 돌파 시도를 할 것"이라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충격이 완화돼 그 이상 강한 모멘텀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보다 은 수요가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의 전체 사용량 중 10%는 태양광 집전판 소재로 쓰이는데, 최근 각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가속화되며 수혜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김윤상·정지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그린 에너지 정책과 더불어 은 수요 증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완전한 위험 자산 선호 구간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는 상황에서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은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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