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고속도로에 있던 그리스군 참전비, 여주시민 곁으로 온다

뉴스1 제공 2020.07.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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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참전용사회 이전 요청…권익위 첫 해외제기 고충민원 처리
한국·그리스 잇는 조정회의 '여주휴게소→여주 영월공원' 이전 결정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 등 현장 조정회의 참석자들이 그리스군 참전기념비 이전과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다.© News1김평석기자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 등 현장 조정회의 참석자들이 그리스군 참전기념비 이전과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다.© News1김평석기자


(여주=뉴스1) 김평석 기자 =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여주휴게소에 외롭게 서 있는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가 경기 여주시 영월공원으로 이전돼 여주시민 곁에서 참전의 정신을 이어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 주변 환경 정화 등을 요청하는 그리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의 고충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24일 여주시청에서 전현희 위원장 주재로 현장 조정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현장조정회의에는 유튜브 ‘권익비전’과 스카이프 화상회의 생중계를 통해 고충민원을 신청한 그리스 참전용사들과 임수석 주 그리스 대한민국대사도 참석했다.

또 참전비가 있는 현장에는 이휘게니아 콘톨레온토스 주한 그리스 대사, 이병구 국가보훈처 차장, 이항진 경기도 여주시장,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함께 했다.



그리스군 참전기념비는 이날 조정회의 결과에 따라 이전이 추진돼 내년 12월 말까지 이전될 예정이다.

그리스는 6·25전쟁 기간 중 5000여 명을 파병해 전사 200여 명, 부상 600여 명의 희생을 치렀다.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는 이런 그리스군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74년 국방부가 그리스로부터 직접 공수한 대리석으로 제작됐다.


그 후 국가보훈처가 2003년 현충시설로 지정했으며 여주시가 관리해오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여주휴게소는 참전 기념비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고요하고 한적한 동산이었다.

하지만 물류창고, 수소가스충전소, 흡연장 등이 들어서면서 번잡해졌고 참전용사를 위한 예우와 선양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권익위는 여러 차례의 현장조사와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이날 최종 중재안을 마련했다.

국가보훈처는 내년 말까지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를 여주 시내에 있는 영월공원으로 이전하고 여주시는 영월공원을 참전기념비 이전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전 공사 후 현재 그리스군 참전기념비 부지를 정리하고, 향후 그리스군 참전 기념비와 관련된 현충행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한 그리스 대사관은 이전 공사에 필요한 대리석 등 자재의 신속한 운반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조정회의는 국민권익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국에서 신청한 고충민원을 현장조정으로 해결하는 자리였다.

민원을 신청한 그리스 참전용사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이전 소감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국민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이번 조정으로 그리스군 참전기념비가 영월공원으로 이전돼 시민들 곁에서 참전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오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한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헌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는 앞으로 접수한 민원을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 참전기념비가 여주시에 세워진 이유 및 이전 이유

그리스군 참전기념비가 여주시에 세워진 것은 6·25전쟁 당시 그리스 대대가 중공군과의 첫 전투에서 승리한 381고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1974년 10월 3군 사령부는 이곳에 터를 마련하고 당시 그리스에서 가져온 석재로 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이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확장됐고 고속도로 휴게소도 개장했다. 영동고속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와도 연결됐다.

또 기념비 주변에 대형물류창고, 상업용 간판, 농산물판매장, 수소충전소 등이 들어서면서 주변이 복잡해졌다.

2010년 내한한 그리스참전용사협회장이 주한 그리스대사관을 통해 건의하면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전 계획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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