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DNA' 없는 민주노총…물러나는 위원장의 고백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0.07.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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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투쟁노선을 정립하겠다."(2017년 12월 29일)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안 가본 길이다. 하나씩 넘어가는 데서 집행부의 집행력이 한계가 있었다."(2020년 7월 24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선의 변과 사퇴의 변이다. 김 위원장은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따른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3번째)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3번째)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임기 5개월 남기고 물러난 김 위원장 "노사정 합의안 부결 책임"…민주노총, 비대위 체제 전환
김 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예고한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말 직선으로 선출된 이들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김 위원장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며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22년 만의 노사정 합의안을 반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안 추인 여부를 두고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1311명의 표결 인원 중 805명(61.73%)이 반대했다.

그는 "민주노총을 100만 조합원이 주인되는 조직으로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벗이 되는 진정한 대중조직으로 더 나아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란다"면서"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그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바람과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등 지도부 사퇴에 따라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는 빠르면 오는 27일 열기로 했다. 비대위는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올해 말까지 민주노총을 이끌어가게 된다.

2017년 선거 당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선거 포스터./사진제공=민주노총2017년 선거 당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선거 포스터./사진제공=민주노총
민주노총이 안 가본 길 '사회적 대화'…"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그는 "노동운동의 숙원 과제를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며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의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위한 조직 내 어려운 소통과정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20년 넘는 기간 동안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지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할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며 하나씩 넘어가는 데서 집행부의 집행력이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철두철미하게 소통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며 "그런 문제점들이 (사회적 대화를 앞두고)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회상했다.

민주노총 내엔 사회적 대화 자체를 불신하는 기류가 있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정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성사된 노사정 합의 이후 형성됐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를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쉽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월 열린 '2019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방안을 담은 사업계획안은 부결됐다. 이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무조건 불참’, ‘조건부 참여’,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 등 세 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이 정파 논리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안 채택을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그는 "민주노총의 한 달 간의 과정이 통증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민주노총의 성장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 DNA' 없는 민주노총…물러나는 위원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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