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괜찮다는 혈뇨, 왜 보험가입은 안 될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7.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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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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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괜찮다는 혈뇨, 왜 보험가입은 안 될까


# 40대 후반의 직장인인 김현영(가명)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소변에서 약간의 피가 나왔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라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3개월 후 재검사를 통해 추적관찰을 해보자고 했다. 평소 피곤할 때 가끔 혈뇨 증상이 있던 김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냈다. 이후 김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보험 가입을 하면서 건강검진 결과를 제출했는데 뜻밖에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검진결과에 있던 혈뇨가 문제였다. 보험사에서는 가입을 하려면 소변 재검사를 하거나 혈뇨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정밀검사 결과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특별히 아픈 데도 없고, 의사도 괜찮다고 했는데 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하니 황당했다.

소변에서 비정상적으로 피가 나오는 혈뇨가 있다는 건 신장, 방광, 요관, 요도 등 어느 부분에서 피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성은 생리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변에 피가 검출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문제는 혈뇨의 원인이 너무 다양하다는 데 있다. 요로결석, 방광결석 등 비뇨기계에 돌이 생겼거나 방광염, 신우신염 같은 질병이 있는 경우, 남성의 경우에는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일 때 혈뇨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게는 방광암이나 전립선암 등 악성종양이 생겼을 때도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건강 상의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보험사는 통상 원인이 확인 되거나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보험가입 승낙을 미룬다. 병원의 의사들이 진찰하는 임상의학과 달리 보험 의학은 고객이 제출한 과거의 병력과 현재 검사결과만으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가정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혈뇨 증상이 한 번만 있던 게 아니라 종종 있었고 병원의 추적검사 권유 후 정밀검사나 재검진을 받지 않아서 현재 상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기저 질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검사 등을 요청한 것이다.

혈뇨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흉통 등도 비슷하다. 당사자는 가볍게 여기는 흔한 증상이더라도 원인이 다양해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흉통이 심각해 입원하는 경우 통상 50% 확률로 심장 질환 진단이 나온다. 나머지 50%는 위장관 혹은 척추나 근육 같은 근골격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증상인 두통 역시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양상에 따라 전혀 다른 진단이 나올 수 있다. 단순 편두통이라면 다행이지만 뇌출혈처럼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


특히 보험사에서는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약관에서 보장하는 정확한 진단명에 해당될 때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증상에 대해서는 추후 문제가 생길 소지를 고려해 정밀 진단을 요구한다.

가볍게 여기는 증상이더라도 원인, 횟수, 정도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혹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부담보로 처리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김씨의 사례뿐만 아니라 기침, 단백뇨처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증상에 대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추가 검사를 권고할 수 있다"며 “실무적으로는 추가 서류 요구대상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첨부하지 않으면 심사를 진행할 수 없어 거절처리가 될 수 있으니 가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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