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공치고 정부지원 끝나고'…LCC 연쇄부도 공포 확산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7.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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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7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7차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다음은 누구냐.'


새주인 찾기가 끝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에 연쇄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여름시즌에도 항로가 정상화되지 않은데다 생명줄 격이던 정부 지원은 이달을 마지막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3분기에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주력 근거리 노선이 여전히 마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항공사들은 여객 사업이 마비되더라도 화물을 운송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미주 등 장거리노선도 일부 운항이 재개돼 상대적으로 수익 관리가 가능하다. 8월 중순 실적발표를 앞둔 대한항공 (20,600원 ▼150 -0.72%)이 1000억원대 깜짝 흑자를 낼거라는 전망이 나오는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LCC들은 속절없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발을 뺀 제주항공은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가 1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에어도 총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 전망이 나온다.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등도 상황이 다를 수 없다.



LCC 연쇄부도 공포가 확산되는건 이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년 농사를 좌우하는 여름 성수기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마저 6개월 시한을 채우게 돼 내달 말이면 만료된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70% 안팎 직원들을 휴업시키고 있는 LCC들로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부도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1만1000명에 달하는 LCC 7개사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LCC 대표들이 국회로 몰려가 지원 연장을 호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려는 LCC에만 그치지 않는다. 흑자가 예상되는 대한항공도 분위기는 어둡다. 비용절감을 통한 불황형 흑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도 올 10월이면 고용유지지원이 종료된다"며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원 주체인 정부도 고민이 있다. 무작정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끊겼던 여행수요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항공사들의 상황은 계속해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원에 따른 재정부담을 언제까지 떠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선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이후 업체 간 M&A(인수합병)를 지원, 전반적인 산업구조 재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말은 쉽지만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각국의 출입국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이 사태는 해결이 어렵다"며 "산업의 근간은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원리에 따라 업계가 워크아웃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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