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세우기로 사회적 교섭을 끝내려는 것은 오히려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에 해가 되는 길"이라고 정파 활동을 비판했다.
여전한 파벌 싸움…굳건한 '정파의 벽'민주노총 내 강경파(중앙파 현장파)와 온건파(국민파)의 대립은 계속돼왔다. 2005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국민파였던 이수호 위원장이 노사정위원회 가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이때 강경파가 단상을 점거, 난투극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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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월 열린 '2019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방안을 담은 사업계획안 역시 부결됐다. 이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무조건 불참’, ‘조건부 참여’,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 등 세 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강경파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합의안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그 명단을 공개했다. 공공운수노조 등이 포함된 현장파는 사회적 대화 대신 투쟁을 요구한다. 이 같은 파벌 싸움에 휘말려 김 위원장 등 지도부는 리더십을 확립하지 못했고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 탄생 때부터 있었던 계파 갈등은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분출돼 장애물로 작용해왔다"며 "이제는 민주노총이 관념을 버리고 실리를 찾아야 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에 항의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중집위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의결하려 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로 회의실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협약식에 불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무산됐다./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민주노총의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의 노동정책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서 계속 변방에 머무르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현재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대응이나 ‘전태일 3법’ 입법 같은 정부정책 참여도 난항이 예상된다. 박 교수는 "민주노총은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잃게 됐다"면서 "정부도 민주노총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 '추스리기'도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안 부결 등에 대한 견해와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노사정 합의안 부결 시 자신을 포함한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최종 사퇴를 발표하면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온건파의 민주노총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강경파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노총 운동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조직 내부의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없다면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