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업 문제 아니라지만…고심 깊어지는 LG '화웨이 딜레마'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7.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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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 등의 기업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주장했고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LG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아마도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사진은 23일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1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 등의 기업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주장했고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LG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아마도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사진은 23일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1


"이건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한 기업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23일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국무부 스트레이어 부차관보가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길 촉구한다"며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에둘러 전했다.

이와 관련해 LG (75,500원 ▼700 -0.92%)는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이번 사안이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IT(정보기술) 분야에서도 특히 차세대 5G(5세대 이동통신)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벼랑 끝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파생된 논란으로 LG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가 화웨이 장비를 안 쓰겠다고 하면 중국은 LG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기업도 싸잡아서 보복 공세를 해올 것"이라며 "과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에서 보듯 이것은 국가 대 국가 문제로 단지 한 기업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서비스가 미국에 수출되는 것도 아닌데 미국의 안보를 들먹이며 반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화웨이의 5G 패권을 저지하려는 정치싸움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이 사업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논란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LG의 원론적인 입장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도 "LG유플러스가 2013년 화웨이 장비를 처음 도입한 것은 타 업체보다 납기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화웨이 무선중계기를 도입한 후 안정적인 품질 구현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거래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내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KT와 KT (33,300원 ▼350 -1.04%) 등 다른 통신사들의 유선망과 은행 ATM 연결망 등에도 화웨이 장비가 쓰이고 있는데 LG유플러스가 유독 화웨이 사용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SKT와 KT를 지목하며 "깨끗하다"고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LG유플러스를 겨냥했다.


LG는 일단 철저한 보안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가장 높은 수준의 CC(국제공통평가기준) 인증을 획득했으며 기지국 운영도 국제표준 정보 보호 관리체계인 'ISO 27001'을 획득했다. 우리 정부 역시 통신장비 선택은 민간 기업의 소관으로 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면서 LG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압박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게 LG의 고민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화웨이와 이미 체결한 계약을 번복하진 않겠지만 향후 그룹에서 방침을 정할 땐 미국의 입장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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