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 M&A, 7개월만에 '백지화' …항공업계 구조조정 신호탄되나(종합)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김민우 기자 2020.07.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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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 첫 항공사간 결합으로 주목 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인수합병)가 결국 무산됐다. 자체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으로서는 명확한 '플랜B'가 세워지지 않으면 사실상 청산 수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산이 현실화되면 1600여명에 이르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는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장 절실한 자금지원이 없으면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중재에도 제주항공 "인수 불확실성 너무 커"…대량 실직 사태 이어지나
23일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맺은 이스타항공과의 SPA(주식매매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제주항공은 전날 이미 이스타항공측에 계약해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고 국토교통부에도 상황을 전달했다.



제주항공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계약해지 사유를 밝혔다.

지난 16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요구했던 계약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해지 요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당시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계약해제 최종결정 등을 정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양측의 M&A 무산을 기정사실로 본 상태였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700억원에 이르는 미지급금 해소를 요구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는 커녕 직원들의 체불임금 250억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있어서 제주항공과의 M&A는 현실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직원들이 희망퇴직 뿐만 아니라 임금반납까지 고려하면서도 인수를 기다린 것도 다른 회생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제주항공의 계약해지 발표에 대해 "제주항공의 주장은 SPA상 합의한 바와 다를 뿐더러 계약을 해제할 권한도 없다"며 "제주항공이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의 대량 실직은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대금 정산을 못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실직으로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

"이스타항공 '플랜B' 세워라"지만…현실적인 방안 찾기 어려워
이날 국토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에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한 '플랜B' 마련을 촉구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가 매우 불투명한 만큼 고용불안 및 항공업계 파장이 예상된다"며 "이스타항공의 '플랜B'를 살펴보고 근로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할 '플랜B'를 세우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력으로는 3월부터 중단된 국내선 운항 재개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 받더라도 지상조업사 등 협력업체 등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는 약 300억원이 필요자금으로 추산되는데 마련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과 관련한 국토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제시할 것 요청했다. 2020.7.2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과 관련한 국토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제시할 것 요청했다. 2020.7.23/뉴스1
아시아나-HDC현산 M&A도 위태…구조조정 번질까 우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무산이 업계 전반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남은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M&A도 무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한달내 인수거래 관련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를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현산의 M&A가 무산되면 아시아나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는 이상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국내선 영업을 이어가도 적자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 역시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들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그나마 버티는 상황"이라며 "지원금이 연장되지 않으면 무급휴직에 이어 결국 구조조정 수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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