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3.3% 감소했다. 성장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로도 2.9% 감소했는데, 1998년 4분기(-3.8%)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성장률은 1분기 -1.3%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는데, 이는 카드사태로 나라가 휘청였던 2003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1.4% 증가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급 지급 등 영향으로 플러스 전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 안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지면서 회복세가 가파르지 않았다. 설비투자(-2.9%), 건설투자(-1.3%)는 모두 감소 전환했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은 △제조업 -9.0% △건설업 -0.2% △서비스업 -1.1% △전기가스수도사업 2.8% △농림어업 -9.7%로 각각 집계됐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1분기 2.4% 역성장했던 서비스업 감소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수출과 밀접한 제조업은 1963년 2분기(-10.4%) 이후 가장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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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는 내수가 0.7%포인트, 순수출이 -4.1%포인트를 나타냈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1975년 4분기(-7.5%포인트)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체별로는 민간이 -3.1%포인트, 정부가 -0.3%포인트로 집계됐다.
바닥론 고개들지만…연간 성장률 전망 급격히 악화정부는 경제상황이 2분기가 저점이며,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추경과 한국판 뉴딜 등 정책효과와 2분기 성장을 제약했던 해외생산 등이 정상화하고 기저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코로나19가 진정되는 3분기에는 중국과 유사한 트랙의 경기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1분기 전년동기대비 6.8% 역성장했지만, 2분기 들어 3.2% 성장했다. 이에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지난 6월 전년동월대비 9.5% 증가하면서 6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기별 성장률 자체는 2분기가 가장 낮을 수 있겠지만 이는 마이너스 폭이 줄어드는 것이지 본격적인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더 확산되거나 미중 무역갈등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다면 수출에 부정적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한은은 지난 7월 금통위에서 5월 전망치(-0.2%)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한은에 따르면 남은 3~4분기 평균 1.8~1.9%씩 성장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1.0%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