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자산회수 어렵다는 옵티머스…피해자 1000여명 '발 동동'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7.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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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회수 어려운 부실자산에 투자…'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여부 관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부실 자산에 투자금 대부분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투자 사기에 의한 손실은 100% 배상할 근거가 있지만 남아있는 자산이 없다면 속수무책이다.

주요 판매사들은 투자금 일부 보상 방안을 마련 중인데, 라임 펀드와 같은 100%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중간 점검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운용 중인 46개 펀드 총 5234억6000만원 가운데 98%에 달하는 5109억원이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당초 옵티머스는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실제 투자한 자산은 부실 위험이 높은 사모채권이었던 것이다.

투자제안서와는 달리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실적은 1건도 없었다. 애초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한 구실이었던 셈이다.



허위로 투자금을 모은 옵티머스는 투자자들의 돈을 쌈짓돈처럼 마구 썼다. 옵티머스 임원 등이 관리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가 하면 펀드 돌려막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일부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개인적인 주식·파생 투자에 사용했다. 고객의 돈을 개인 금고처럼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옵티머스가 투자한 자산 대부분이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부실 자산이라는데 있다. 투자금은 △씨피엔에스(2052억7000만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으로 흘러갔다.

이들 4곳은 약 60여 투자처에 3000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주요 투자처는 △지역주택조합 등 부동산 개발 △부실채권(NPL) △비상장주식 △메자닌(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형태의 채권) 등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3000억원이라는 자산 가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류 위조 등 위법혐의가 있는 옵티머스가 제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 평가가 어려운 메자닌이나 비상장주식이 다수 있고, 권리관계도 불투명해 자산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옵티머스가 투자한 자산이 실제 존재하는지, 손실이 얼마인지 다 파악되지 않았다"며 "투자 자산 가치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자산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사기에 의한 투자자 손실이라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원금을 100% 배상받을 수 있다. 운용사나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착오'를 일으켜 상품을 팔았다면 투자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100% 배상을 결정했다. 라임은 2018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알고 있으면서 상품을 판매했고,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100% 배상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한다고 해도 배상할 재원이 마땅치 않다면 실제 배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라임 사태의 경우 판매사의 과실이 드러나면서 판매사 돈으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지만 옵티머스는 주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과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남아있는 옵티머스 펀드 잔액 5151억원 중 84%인 4327억원 어치를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NH투자증권 역시 옵티머스에 속아 상품을 판 것이라며 억울함을 소호하고 있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해 상품 선정 과정에서의 적정성이나 불완전판매 여부, 부당권유 행위 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과실 여부와 별개로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펀드 287억원 어치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원금의 70%를 선보상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유동성 지원 등을 포함한 투자자 보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된 투자자는 총 1166명이다. 이중 개인투자자가 982명, 법인이 184곳이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의 자산운용 계열사 등으로 옵티머스 펀드를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아직 (자산실사 등이) 확정되거나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100% 배상이라고 확정하긴 어렵다"며 "다양한 분쟁조정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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