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늘어난 '빚투'…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일시 중단"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7.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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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빚투족'이 늘면서 신용융자잔고가 나날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중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를 일시 중단하는 등 한도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3조669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쇼크로 3월 말 6조4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10일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미래에셋대우의 신용융자 잔고 증감액이 9211억원으로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NH투자증권(7443억원), 삼성증권(5899억원) , 한국투자증권(561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의미한다. 일정 보증금 비율(40~45%)을 맞춘 뒤 증권사에서 나머지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융자받은 돈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당할 우려도 있다.


개인의 신용거래융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증권사들도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주식·펀드를 대상으로 하는 예탁증권 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등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100% 범위 이내에서만 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22일 오후 6시부터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했고 KB증권은 23일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22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재원을 유통융자에서 자기융자로 변경했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전처럼 증권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않고 자기자금만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현재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신용거래융자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등이 몰린 코스닥에 신용거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코스닥(7조1399억원)의 신용융자금액이 코스피(6조5291억원)보다 많은데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이 코스닥보다 5배 이상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 집중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투자가 일반 투자보다 위험한 것은 맞지만 그만큼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재유행, 미·중 갈등처럼 국내에 부정적인 위험요인이 남아있어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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