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의 교훈'에 빨라진 검사, 사태해결까진 얼마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7.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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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라임자산운용의 1조6000억원대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 이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당국의 현장검사와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한 사태파악은 물론 자산실사, 상근관리단 파견도 조속히 이뤄지며 '깜깜이'로 이뤄졌던 사모운용사들의 전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금감원이 옵티머스에 대한 현장검사를 착수한 지 한 달 여만에 나온 중간검사 결과 투자금반환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고통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옵티머스의 펀드자금 회수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다 펀드판매사인 NH투자증권도 섣불리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장검사 한 달만에 나온 중간결과
금융감독원 건물/사진=이동훈 기자금융감독원 건물/사진=이동훈 기자
23일 오전 금감원은 현재까지 2401억원 규모의 펀드를 환매연기한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중간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현장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물론 상품구조와 연기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라임사태 당시 금감원의 중간검사 결과가 6개월이 지나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라임운용에 대한 이상징후를 처음으로 포착한 이후 2개월이 지난 8월 첫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10월부터 대량 환매연기가 줄지어 이어졌고 그 해 11월엔 사태핵심자로 거론된 이종필 라임 부사장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에 상근관리단을 파견한 올 2월에서야 중간검사결과를 발표했다.

당국과 판매사들도 빠른 진상규명보다 라임운용에 남아있는 펀드자산 회수에 방점을 찍었지만 결국 올해 3월부터 가교운용사 논의를 시작해 판매사들 주축으로 자산회수를 진행 중이다.

◇모든 게 빨라졌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왼쪽)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2/뉴스1(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왼쪽)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2/뉴스1

라임과 달리 옵티머스에 대한 반응은 재빨랐다.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지난달 30일엔 금융위가 연말까지 옵티머스운용의 모든 업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긴급조치명령을 발동했고 자산관리인을 파견했다.

이처럼 달라진 모습은 라임과는 옵티머스 사건의 성격이 달라 지난해처럼 판매사와 운용사간 협의를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검사결과에 따르면 펀드자금이 당초 투자키로 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 등에 편입된 것으로 밝혀졌고 회수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심지어 옵티머스 측은 금감원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주요 임직원의 PC 및 관련자료를 은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사태 발발 1년…옵티머스 앞길은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 원종준(왼쪽)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이 모 마케팅본부장이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7.14.    scchoo@newsis.com[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 원종준(왼쪽)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이 모 마케팅본부장이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문제는 투자자 손실보상 등 사태해결까지 얼마나 걸리냐다.

라임의 경우 올 2월 중간검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주요판매사와 펀드이관 방안을 논의해왔고 지난 6월 라임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부실펀드 이관 및 관리를 위한 가교운용사를 오는 8월말까지 설립키로 했다. 운용사 자체역량으로 자산회수 가능성이 떨어지자 펀드판매사들이 직접 출자금을 내 펀드관리에 나선 것이다.

옵티머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절대다수의 펀드를 판매한 회사가 NH투자증권 1개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NH 측은 옵티머스의 고의적인 서류위조 등에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홀로 가교운용사를 설립하기엔 부담이 크다.

특히 옵티머스 대표이사가 펀드자금 일부를 개인계좌로 횡령하거나 유동성이 제한된 비상장사의 사모채권 등에 펀드자금이 유입돼 회수가능성도 상당히 낮게 전망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에게 선보상을 실시하고 운용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부담이 따른다.

라임사태가 발발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판매사의 100% 배상권고안을 결정했지만 판매사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00% 보상결정이 난 펀드 외의 상품에 투자된 자금은 회수될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의 속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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