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 업황 최악에 골 깊어진 후판 갈등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7.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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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 업황 최악에 골 깊어진 후판 갈등


철강과 조선업계 간 '후판(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두께 6mm 이상 철판)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가 사상 첫 적자(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내며 철강 초유의 불황이 확인된 만큼 조선업계 후판 가격 인하 요구를 철강업계가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수주 부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3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31,550원 ▼50 -0.16%), 동국제강 (8,290원 0.00%) 등 철강사들과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32,850원 ▼1,600 -4.64%), 삼성중공업 (9,500원 ▼140 -1.45%) 등 주요 조선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은 1년에 두 번 가격 협상을 한다. 지난 5월 말부터 올 하반기 가격 협상을 시작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팡하게 맞서면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포스코 실적 발표를 전후로 협상 분위기는 더욱 경색된 모습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중심의 생산과 판매 성과가 반영된 2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실적에서 사상 처음 108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COVID19)고 골이 깊어진 철강 불황이 확인된 셈이다. 현대제철도 2분기 영업손실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사들이 수주 부족으로 가격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원료가격이 올라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오히려 가격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의견이다. 현재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원선이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2011년 110만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2016년의 50만원 선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을 감안하면 더 끌어올려야 후판 마진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도 업황 부진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올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5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쳤다.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2016년보다도 위축된 만큼 후판 가격을 내려야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물론 협상 여지가 없진 않다. 일본산 조선용 후판 수입이 증가 추세에 있어서다.

올 상반기 조선용 후판을 포함한 국내 열연 수입량은 187만 톤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들어왔다. 철강 불황 탓에 일본 철강업계가 해외에 싼 값으로 철강 재고를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용 후판 유입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대신 한국산 후판 물량을 조선업계가 더 받아주면 후판 가격 관련 협상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조선업계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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