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다른' 이낙연-이재명, 대권 레이스 불 붙는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7.29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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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불붙은 與 대권 레이스…존재감 부족한 野 주자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뉴스1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범여권 대권주자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내달 이 의원의 당권 도전, 지난 16일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이 비슷한 시기 맞물린 결과다.

캐릭터는 정반대다. 이 지사는 곧바로 '핫 이슈'인 부동산 정책,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에 대한 말들을 쏟아낸 반면 이 의원은 '정중동(靜中動)'을 벗어날 생각이 조금도 없다. 2022년 3월. 차기 대선이 20개월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야당의 차기 대권후보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28일 이 의원과 이 지사는 각각 유튜브와 YTN 인터뷰에서 적잖은 '썰'을 풀었다. 범여권 차기 대선후보 1·2위 지지율을 다투는 두 사람의 인터뷰는 자기 생각을 나타낸 채널도 달랐고, 발언의 톤(tone)도 사뭇 차이가 났다.

'고구마' 비판받은 이낙연 "진정성 애해해달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8일 부산 강연 장면./사진=이낙연 의원 SNS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8일 부산 강연 장면./사진=이낙연 의원 SNS
이 의원은 이날 오후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인터뷰를 택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하고 지방 순회를 이어가는 와중이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상당한 공을 들여 답변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위기로 "부동산 문제"와 "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의 성비위"를 꼽았다. 그는 "대단히 아픈 일"로 평가하며, "압도적 다수 의석의 거대 여당으로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국민들께 충분히 드리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의원은 대선 출마로 인해 7개월짜리 당 대표에 그치고, 이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 비판한 것에 대해선 "선거는 선대위 체제로 운영하게 돼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제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의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격차가 최근 좁혀진 것을 두고는 "이런 일은 앞으로 여러 번 더 있을 것"이라고 괘념치 않았다. 또 '국무총리 시절 촌철살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불만에 대해 "그때는 총리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서 "전당대회 문제에 하나하나 답을 하면 '조기 과열의 주범'이라 몰렸을 것이다. 직분에 충실하기 위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고 해명했다.


현안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그는 최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을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에 "과연 상식적인가의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선 "여야 간 상당히 합의된 국회의사당의 세종 분원 설치와 상임위 기능의 이전을 하면서, 행정수도의 완전 이전을 위한 여야 간 대화를 진행하는 '투 트랙' 방식"을 고려했다.

유튜브 택한 이재명 "3년 전, 회까닥했다"…'친문'에 러브콜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유튜브 김용민TV 채널 화면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유튜브 김용민TV 채널 화면
이날 경기도 고위 공무원 중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집 팔라"고 권고해 화제가 된 이 지사는 곧바로 유튜브에 등장했다. 그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유튜브 채널 '김용민 TV 프로그램 용터뷰' 인터뷰에서 "현재에 만족,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지 않는다"면서도 "맡겨주면 굳이 피하진 않는다"고 대권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2017년 초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것에 대해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 서울시장 내락설 등이 나와 원칙적으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공격한다고 공격되는 건 아닌데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지사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보다 완화된 행태라 생각했는데 그조차 불필요한 것이었다"며 "제 입으로 안 해도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지지율 좀 올라가니까 회까닥했다"면서 "내가 좀 싸가지가 없었던 거 같다"고 술회했다. 여당 핵심 지지세력인 친문 세력과 갈등이 심했던 만큼, 이들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투사적 면모에 대해선 "나는 따뜻하며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며 "두려움이 없다면 사이코패스고, 이겨내는 용기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출연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선 이 의원의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과의 연대설에 대해 "그런 정치적 논쟁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연대를 할 필요도 없고 그런 게 김 전 의원에게 도움이 될 리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기' 1·2위 이낙연·이재명…野, 정치인 대신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윤석열 검찰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두 사람의 경쟁은 부동산 정책, 광역단체장의 성추문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대로 나타나 각각 1위, 2위를 기록했다. 보수 야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7일 SBS 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8.4%는 이 의원, 21.2%는 이 지사를 꼽았다. 둘을 합치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여권이 정권 재창출을 자신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윤 총장이 10.3%로 3위였지만, 정치인도 아닌 데다 딱히 야권 후보로 분류하기도 현재로선 어려운 인물이다. 야권의 경쟁력 부족과 함께 '인물난'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한편 앞선 여론조사는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이달 24~25일,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를 통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의 응답을 얻은 조사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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