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먹지마" 美 배우에 누리꾼 '발끈'…"만만한 게 한국?"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07.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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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 로이터/사진=뉴스1미국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 로이터/사진=뉴스1


한국을 향해 개고기 식용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향해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매년 수백만 마리를 도살하는 국가 대신 한국에만 날을 세운다는 지적에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을 발표한 동물해방물결·위액트 등의 동물권 단체에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개고기 거래를 끝내고 나아갈 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에는 이스트 우드 이외에 알렉 볼드윈과 킴 베이싱어 등의 해외 배우,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과 석좌교수 등이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해방물결 등은 이날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것과 식용 목적의 개 도살과 거래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 배우가 사회적 목소리는 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사례 등을 과장·왜곡해 한국의 이미지를 '개고기 먹는 나라'로 평가 절하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와 대구동물보호연대 등은 초복인 16일 대구시청 앞에서 개고기 거래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 = 뉴시스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와 대구동물보호연대 등은 초복인 16일 대구시청 앞에서 개고기 거래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 = 뉴시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스트우드의 발언을 다룬 뒤 '만만한 게 한국이냐'는 글이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베스트 게시글'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베트남 등 실제 개고기 주 소비국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이목을 끌기 쉬운 한국만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베트남익스프레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에서는 매년 2000만 마리의 개가 도살당하며 베트남은 약 5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소비된다. 특히 개고기를 즐겨 먹는 중국 남부 등 낙후지역이 통계에서 제외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추정치는 더 높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야생동물 식용 금지법이 발의된 이후에도 개고기는 식용을 금지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도 광시성 좡족 자치구의 위린 시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위린 하지 축제'가 열흘간 열린 바 있다.

반면 한국의 개고기 소비는 점차 줄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5년과 2014년 사이 '보신탕' 음식점 수가 40% 이상 감소했으며, 한 해 수백만 마리의 개가 도살당하던 성남 개 도살장이 2018년 문을 닫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개고기 문화의 찬반 자체를 떠나 한국이 개고기 문화의 총본산 정도로 취급되는 인식 때문에, 동물인권운동가를 자처하는 외국 유명 인사들이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도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낸 논평에서 "스위스인들은 개고기 건포를, 로마인들은 쥐를 먹었으며 스페인 사람들도 고양이탕을 먹었다"며 "한국인들에게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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