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또 해냈다…우주 날아갔던 '72억 로켓부품' 회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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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9 로켓 페어링(화물 덮개) 한 쪽이 낙하산에 매달려 선박 그물에 떨어지는 모습/사진=스페이스X팰컨9 로켓 페어링(화물 덮개) 한 쪽이 낙하산에 매달려 선박 그물에 떨어지는 모습/사진=스페이스X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관련 또하나의 새 기록을 달성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1일 사상 처음으로 페어링 두 쪽을 모두 회수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페어링은 발사체 상단에 뾰족하게 솟은 부위로 비, 습기, 햇빛, 먼지 등의 지상환경으로부터 인공위성, 유인·무인 탐사선과 같은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발사체가 빠른 속도로 하늘로 날아오를 때는 공기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열과 압력을 견디는 일도 한다.

페어링 회수는 우리 군의 위성 아나시스 2호(Anasis-II)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호를 발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날 아침 6시30분(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40번 발사대에서 발사된 팰컨9호의 페어링 두 쪽을 발사 45분 뒤 전부 회수했다.

낙하산에 매달려 떨어지는 페어링을 플로리다 앞 대서양 782km 지점 해상에서 대기 중인 두 대의 선박에 설치한 그물로 각각 잡아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주에서 떨어진 페어링을 낚아챘다”고 자축했다.

아나시스 2호 발사 준비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아나시스 2호 발사 준비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72억 상당 페어링 재사용 길 연 스페이스X… 우주 시장 ‘가격경쟁력’ 한층 강화
“공중에 떠다니는 600만 달러(약 72억원)짜리 물건을 그냥 두고 볼 순 없다.” 위성을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인 ‘페어링’을 두고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말이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 ‘경제성’ 중심의 우주 상업화 시대를 열어젖힌 스페이스X에게 고민이 있다면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를 개발하는 등 민간우주기업들이 속속 가세하자, 머스크는 재활용 부품을 더 확대해 가격경쟁력을 보다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왔던 부품이 페어링이다. 두 쪽으로 이뤄진 페이링의 총 제작비는 약 600만 달러에 달한다. 페어링을 회수하면 그만큼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앞서 페어링 한 쪽을 공중에서 회수한 적이 있다. 공중 회수 작전을 펼친 이유는 바다에 빠진 뒤 회수할 경우 소금으로 인한 부식 위험이 따르는 탓이다. 이번엔 바다 위에 대기 중인 바지선에서 그물망을 통해 회수하는 방법을 썼다. 이는 기존 본체 회수처럼 추진시스템을 달 수 없었기에 오로지 페어링에 달린 낙하산에 의존해야만 했다. 한 우주 전문가는 “이번 페어링 회수는 낙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최대 관건”이었다고 전했다.

폭파 아닌 헬륨가스 이용한 스페이스X의 페어링 분리 기술 한몫…“고도의 정밀성 필요”
아울러 스페이스X의 페어링 분리 기술도 이번 성공에 한몫을 더했다. 보통 페어링 분리는 두 페어링 접합부에 화약을 장착시켰다가 정확한 시점에 터뜨려 해제시키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재활용을 고려해 화약 대신 헬륨 가스로 공기를 발생시켜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기술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계자는 “페어링 분리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한다”며 “지난 2009년 8월 나로호 1차 발사 실패는 당시 인공위성 덮개인 페어링 하나가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않아 탑재 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1, 2단 로켓 분리와 페어링 분리 오작동은 전 세계 로켓 발사 시도 실패 원인의 12~13%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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