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커촹판 1년…미중 기술전쟁 '방패'삼는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20.07.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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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커촹판(과학혁신판) 출범이 22일 1년이 됐다. 지난해 7월22일 정식 출범한 커촹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1월 '적폐를 최소화하고 상장 기업 종류나 주가의 움직임 등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완화하라'는 급진적인 개혁 요구에 출범했다.

커촹판은 확실히 과거 중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주식 시장이란 평가다. 상장 직후 5거래일 동안에는 가격 제한 폭이 없고, 그 뒤에도 일 상·하한 폭이 20% 수준으로 큰 편이다. 상하이종합증시나 선전증시 등 중국의 다른 주식시장은 일 10% 가격 제한 폭을 두고 있다.



덕분에 초반 다른 중국 증시와 비교해 규모가 작았던 커촹판은 지난 1년간 상장사가 급증하고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술주 상장의 메카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간 갈등 격화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미국의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커촹판이 중국 기업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커촹판에 상장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중신궈지(SMIC)는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 규모인 총 532억3000위안(약 9조원)을 조달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도 홍콩 증시와 커촹반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앤트그룹은 구체적인 조달 자금 규모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시장가치가 2000억달러(약 240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급진적인 증시 개혁이 중국 기업들을 보호한다'는 기사를 통해 "이러한 움직임은 시 주석의 계획이 성공한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나스닥에 상장을 꺼려하는 중국 대기업이나 기술 기업이 커촹판을 택하면서 중국 내 증시 필요성이 분명해졌고,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은 해외시장이 아닌 국내를 선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커촹판을 '미·중 기술전쟁의 새로운 방패'라며 "방패가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커촹판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라는 점에서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기 성향을 지닌 개인 투자자들로 인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커촹판의 간편한 등록 절차와 유연성 등은 상장사들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루이싱커피나 강미제약 등 분식회계 사기 등 중국 회사들의 실질적인 문제 등을 잘 가려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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