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가드',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5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조지 밀러의 감독이 후속 제작을 발표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마니아들은 이 소식에 열광했지만, 아쉬움도 삼켜야 했다. 바로 샤를리즈 테론의 하차다. MCU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시고니 위버, 린다 해밀턴, 밀라 요보비치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여전사로 시대를 풍미하길 바랐기에 더욱 그랬다. 새로운 ‘매드맥스’는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로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을 그릴 예정이다. 하여 1975년생인 샤를리즈 테론의 캐스팅에 대해 고심이 많았고, “CG를 사용하자”는 의견까지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하차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샤를리즈 테론의 손을 잡았다. 현재 넷플릭스는 디즈니 플러스 발족 이후 마블 히어로즈와 연이 끊긴 상황. 그간 흥행의 1등 공신이었던 ‘데어 데블’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등 매력적인 히어로를 잃은 넷플릭스는 중심을 잡아줄 새로운 히어로가 필요했다. 하여 6000년을 살아온 불사의 여전사 ‘올드 가드’의 앤디(샤를리즈 테론)의 힘이 필요했다.
'올드가드', 사진제공=넷플릭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다양한 액션 영화를 제작한 스카이댄스인 만큼 ‘올드 가드’의 액션신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의 남다른 피지컬이 빛을 발한다. 긴 다리를 이용한 돌려차기를 볼 때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맨몸 액션에만 집중하다간 제작진의 세심한 액션 디테일을 놓칠 수 있다.
‘올드 가드’의 격투 코디네이터 대니 허낸데즈는 6000년의 세월 동안 각종 살상술을 익힌 앤디의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의 태권도, 일본식 검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격투기, 중국의 홍가권, 레슬링, 유도, 주짓수 등 각국의 무술을 적용했다. 덕분에 샤를리즈 테론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고대 무기인 양날 도끼 라브리스와 현대의 무기까지 다루는 각종 훈련을 감내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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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의 서사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새로운 히어로가 탄생하고, 그를 이끌기 위한 기존의 히어로, 즉 멘토 군단이 등장한다. 초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과 세상이 그에게 요구하는 의무에 대해 딜레마에 빠진다.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뇌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빌런에 대항해 힘을 합치고, 히어로 군단은 권선징악과 인류의 안녕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올드가드', 사진제공=넷플릭스
현명한 것은 MCU와 DCU가 구축했던 서사 구조의 중간 지점을 잘 파고들었다는 부분이다. 흔히 빛의 MCU, 어둠의 DCU라 말한다. 서사가 너무 진중하고 어두울 때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를 여럿 봐왔다. ‘올드 가드’는 이야기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을 때 액션과 반전을 통해 이를 교묘히 피해 간다.
더불어 넷플릭스만의 LGBTQ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아직까진 MCU나 다른 히어로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도다. 주인공으로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을 내세운 것도 인종과 젠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알맞다. 샤를리즈 테론 역시 방송을 통해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여성이 많이 참여했다”면서, “25년 차 배우임에도 그런 현장이 처음이었다”라며 젠더 평등을 추구했던 작업 현장에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올드 가드’의 가치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있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거나, 빌런이 약하고 매력 없다는 비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지점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인물을 소개하고, 조직을 구축했으며, 새로운 빌런을 암시하고, 갈등 구조를 완성시켰다. 예상컨대 앞으로의 ‘올드 가드’는 지금보다 더한 재미와 매력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후속 발표가 없음에도 모두가 ‘올드 가드 시즌 2’를 예상하고 기다리는 이유다.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