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미래가 만났다"…美·日이 더 주목한 이재용-정의선 2차 회동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이정혁 기자 2020.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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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미래의 만남이다."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두번째 만남을 수행한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 이렇게 평가했다.



첫 회동 땐 정 수석부회장이 미래 배터리기술 개발의 중심인 삼성SDI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날 두번째 회동에선 이 부회장이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산실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양사 모두 지속가능성장 여부가 달린 미래 핵심기술 현장의 문을 상대 총수에게 열어준 셈이다.

특히 두달새 두차례 만남은 유례가 없다. 정부가 친환경 미래모빌리티를 중심에 둔 그린 뉴딜 정책을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직후여서 더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기술 협력 의지가 정부 그린 뉴딜 정책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는 두번째 회동의 시점에 주목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이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났다.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미래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의 총수였다. 이달 14일 청와대가 주최한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배터리 3사와 서로 잘 협력해 세계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도 선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첫 회동 후 무르익은 재계 모빌리티 협력 분위기가 정책 탄력을 받아 두번째 회동으로 연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회동의 장소가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남양연구소는 연구인력만 1만4000여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만드는 곳이다. 재계에서 이 곳을 방문한 타그룹 총수는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양사가 힘을 합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 미래기술에서 양사가 낼 시너지가 크다. 삼성은 한번 충전으로도 800㎞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육상 모빌리티뿐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도 승부수를 던진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가볍고 효율이 높은 데다 안정성까지 끌어올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절실하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반으로 시야를 확장하면 전장(전자장비) 부문에서도 기대할만한 시너지가 많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모두 자율주행 시스템용 반도체나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부문에서 전략적 파트너가 절실하다.

이날 회동에서 이 부회장이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등 반도체부문 경영진과 동행한 데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부회장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 수석부회장과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능성 차원에 머물렀던 양사 시너지가 조금씩 구체화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며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추후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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