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관리에 구멍 뚫린 'K 워터' 방역…유충이 웬 말?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7.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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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생했다는 민원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서울과 대전, 울산 등에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손꼽힌 'K 방역'이 수돗물 관리에서는 허점을 드러내며 그야말로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득 아닌 독 된 '활성탄 여과지'
전문가들은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으로 '고도 정수처리 시설 미숙'을 꼽고 있다. 수돗물 수질 개선을 위해 기존과 다른 시설을 도입했는데, 운영 경험이 부족해 오히려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시설이란 바로 '분말 활성탄 여과지'를 말한다. 고도정수처리 시설 중 하나인 활성탄 여과지는 응집·침전과 모래 여과를 거치고 오존으로 소독·산화한 뒤에 거치는 정수 공정이다. 물에 남아있는 미량의 유기물을 활성탄으로 제거하는 원리다.



환경부는 21일 브리핑에서 활성탄 여과지 유충 유입과 관련해 "(여과지가) 개방됐을 경우에는 유충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밀한 조사는 지금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공동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곧 조사결과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입상활성탄지 방식이 49개, 망 여과 방식이 11개로 총 60개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1986년 부평정수장에 우리나라 최초로 활성탄지 방식의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들어섰고, 인천서 문제가 된 공촌저수장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지면서 활성탄지만 먼저 설치해 우선 가동중이다. 오존 처리 시설은 내년에 완공된다.
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대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21일 대전 대덕구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에서 직원들이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정수장 청소주기는 얼마나?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수장 청소 및 관리 매뉴얼은 별도로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자체가 입상활성탄지를 처음 설치할 때, 원수의 수질 등을 감안해 시운전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매뉴얼 형태로 제시하도록 돼 있다.

다만 참고가 되는 기준들은 있다.

상수도 설계기준에 '시설은 누수가 없고 외부로부터 오염이 없는 구조로 돼야 하고, 재료 선택이나 시공 등이 위생적이며 수밀성이 높은 곳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상수도 정수시설 설계기준에 의하면 '환기나 출입 설계를 할 때 외부로부터 빗물, 먼지 및 작은 동물 등이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로 해야 된다'고 나와 있다.


완속여과지 관련해서는 '완속여과지에서 발생된 유충은 모래층 표면에서 생활하게 되므로 여과 중에 제거가 곤란하다. 그래서 모래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은 날벌레를 이용해 적당한 간격으로 삭취 작업을 해 제거하라'고 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밖에도 일상적인 점검을 해서 처리·수질이라든가 미생물이나 애벌레 등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면서 "현재 조사단이 유충이 발견된 지자체 등이 정수장 운영 매뉴얼 등을 지켰는지, 또는 교체주기를 지켰는지, 역세척 등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2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생수가 진열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 그래도 높아진 개인 위생에 관해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정수기, 샤워기 필터는 물론 깨끗한 생수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0.7.21/뉴스1(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2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생수가 진열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 그래도 높아진 개인 위생에 관해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정수기, 샤워기 필터는 물론 깨끗한 생수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0.7.21/뉴스1
미국은 '수돗물 전쟁중'
한국수자원공사가 2016년에 공개한 '국가별 수돗물 직접 음용률' 자료를 보면 미국의 음용률은 56%로 OECD 국가 중 최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해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경우가 극히 낮다.

뉴욕시 시민들의 음용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단연 수돗물 인기가 가장 높다. 수돗물이 4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폴란드스프링(Poland Spring)의 생수 24%, 옥시젠워터(Oxygent Water)의 산소수 19%, 에비앙(Evian)의 생수 12%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미국의 수돗물은 음용수로 선호도가 높은 편임에도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음용이 가능한 깨끗한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

실제로 국가별 수돗물 생산비용을 분석한 결과, 음용 가능한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미국은 1㎥당 1.3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는 3.91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호주는 3.27달러, 독일은 2.91달러, 프랑스는 2.24달러, 일본은 1.48달러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0.58달러로 수돗물 생산비용이 낮은 편에 속한다.

생수는 재난상황 등 비상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수병 때문에 온실가스 및 지구온난화 등 환경과 생산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수돗물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며, 거의 일정한 수준의 수질을 유지하는 등 장점이 있다. 물론 정부 당국에서 관리가 소홀할때는 그야말로 질병 등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정수기 물이 제일 깨끗하지만 유지·관리비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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