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1월2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가량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를 직접 시승했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R&D(연구·개발) 메카다. 양사는 이날 회동이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의 삼성SDI (464,500원 ▼13,000 -2.72%) 천안사업장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회동에 대해 어떤 내용도 밝히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차 시장 전반에 대한 협력관계가 논의된 것으로 본다. 김기남 부회장과 강인엽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동행한 만큼 지난 5월 회동에서 방점이 찍혔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관련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테슬라의 급성장으로 불붙은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배터리를 비롯해 반도체·5G(5세대 통신) 등 첨단 부품업체들와의 협력이 필수다. 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최고의 동맹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공개하고 AI(인공지능)와 5G 기반의 자율주행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사가 본격적으로 협업할 경우 테슬라를 넘어서는 코리아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잖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토요타-파나소닉, GM-LG화학, 폭스바겐-SK이노베이션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전장업체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통해 양대 그룹의 사업과 기술 협력이 상당 부분 구체화됐을 것"이라며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