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 중국, 비결은 '인해전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7.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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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 희소식이 20일(현지시간) 곳곳에서 나왔다.

미국과 영국, 독일, 중국에서 나란히 초기 임상 결과 피시험자 대부분에 면역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하면서다. 각국간 백신개발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임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자국내 군인이나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간을 사실상 실험에 동원했다는 비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트리오, 기대감 쏜 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세계 160여개 백신 중 임상에 돌입한 후보는 26개이다.



중국 칸시노는 이날 두번째 임상 결과,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1회 접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칸시노의 결과를 두고 "전반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슷하며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는 모두 임상 초기 결과에서 면역항체 형성을 확인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1차 임상결과를 발표했던 미국 모더나까지 더하면 4강 선두 체재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피시험자 1077명 전원에게서 중화항체 및 T세포 면역 반응을 확인했다는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을 투여받을 경우, 면역 항체가 생기는 것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죽이는 킬러T세포 반응까지 일으키는 '이중 보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도 독일에서 진행한 두번째 임상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했다.

선두에 선 중국 백신 개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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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칸시노를 비롯해 중국 국영기업 시노팜 등의 백신 개발 과정을 보면 정상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칸시노는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과 백신을 공동개발하고 있는데 지난달말 인민군(인민해방군)을 대상으로 1년간의 백신 사용 승인을 얻었다. 제한적인 사용 승인이지만 임상 3상을 하기도 전에 이뤄진 조치였다.

시노팜은 지난달 세계에서 제일 먼저 임상 3상에 돌입했다. NYT는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들에게 보낸 공문을 입수해 시노팜의 백신이 페트로차이나 직원들에게 지급됐다고 전했다. 해외에 파견 나가는 직원들에게 '비상용' 명목으로 이 업체가 개발 중인 백신 2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NYT는 직원들이 자발적인 형태로 비공식적인 백신 임상에 참여하는 형식이지만, 막상 국가에 소속돼 일하는 직원들은 참여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식 임상시험의 테두리 밖에서 인간을 기니피그(쥐과의 실험용 동물)로 사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시노팜은 고위 간부 등 자사 직원들에게도 규제당국의 승인 없이 임상시험을 단행한 것으로도 나타나 논란이 됐다.

NYT는 정부의 공문에는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홍보문구만 있지, 부작용 안내나 규제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백신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이 이같은 백신 인해전술을 펼치는 이유는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공식 통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개발중인 백신의 안정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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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보에 칸시노에 임상 허가를 내준 캐나다나 브라질 등 에서는 불신과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캐나다에선 인민군의 지원을 받는 칸시노와 협력하는 것에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오타와대학의 아미르 아타란 보건정책학 교수는 "왜 캐나다는 백신 개발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중국 군대와 중국 회사를 파트너로 선정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칸시노는 브라질에서도 임상시험을 계획 중인데, 브라질 극우성향 인사들은 중국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루머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레이 이프 중국 게이츠재단 전 대표는 "규제당국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냉철하게 판단한다면, 이건 매우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충분히 정보를 얻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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