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8000억 베팅…속 타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7.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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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코스피 지수가 저항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2100선을 돌파해 2200선에 안착하자 인버스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주부터 본격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100선으로 올라온 지난달 3일부터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인버스 (4,295원 ▲75 +1.78%)를 총 127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할 때 하락분의 2배 가까운 수익이 나는, 보다 적극적인 인버스 투자 상품인 KODEX200 선물인버스2X에는 6802억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다. 두 상품을 합치면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증시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미국도 이달 들어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면서 레버리지 ETF에서 자금이 유출, 인버스 ETF에 유입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FT)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에는 나스닥100지수의 3배 수익을 추구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에서 4억9100만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ETF가 상장된 2006년 이래 사상 최대 금액이다.

반면 나스닥100지수 하락의 3배 수익을 추구하는 울트라프로 숏 ETF에는 이달 중순에 일주일간 2억61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3개월간 유입 자금보다도 많은 규모다.

그러나 증시는 반대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최근 한달간(17일 기준) 약 6%가, 코스피지수는 2.8%가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가격 부담감에 2200선에서 등락하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추세 상승기조는 지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최근 4개월 동안 폭등했기 때문에 과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올해 미·중 무역분쟁 완화, 수출경기 회복 등으로 장기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며 "증시가 충격을 만회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한다면 올해 시작과 함께 시작된 버블 장세가 다시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제로금리는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술주들은 현금흐름 등 양호한 펀더멘탈도 확보하고 있다"며 "조정이 올 때 시장 진입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이번주부터 개원한다.

미국 소비를 뒷받침해온 특별 실업급여 지원(주당 600달러)이 이달 말로 종료되는데 기간 연장 논의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이 정도 규모의 지원을 이어나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추가 실업수당에는 찬성하지만, 수당을 줄이고 일터복귀 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빠른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달에는 추가 실업수당 합의에 실패해 논의가 8월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달 말~8월 초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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