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대책 2개월…안정 찾은 원유시장, 불개미는 어디로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7.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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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3월19일 WTI(서부텍사스유)가 하루만에 24.58% 하락하며 시작된 원유ETN(상장지수증권) 광풍은 두 달이 넘도록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최대 2000% 넘게 괴리율이 치솟았던 ETN 가격은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며 폭락이 일어나는 등 시장에 대혼란을 불러왔다.



지난 5월18일 금융위가 ETN 시장건전화 대책을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 원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화됐다기 보다 폐허만 남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처가 크다.

최근 유가는 40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이미 망가진 ETN 가격이 회복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괴리율은 잡았는데…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괴리율은 확실히 잡혔다. 6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4개 레버리지ETN 종목들은 한 자릿수 이내 괴리율을 보이며 실제 원유선물 가격을 거의 비슷하게 추종하고 있다.

LP(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들도 가격조정을 위한 물량을 적시에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ETN의 가격이 실제 원유선물 지표가격과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이 차이가 벌어질수록 괴리율도 커지는 식이다.

LP는 매수량이 급증하면 반대 측에서 물량을 공급하고, 매도량이 늘어나면 물량을 사들이는 식으로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괴리율 정상화는 지난 4월말부터 한국거래소가 '3+1'로 요약되는 고강도 시장안정화 대책을 강하게 시행해 온 결과다.

거래소는 지난 4월24일 괴리율이 20%가 넘는 모든 ETP(상장지수상품) 종목은 괴리율이 정상화될 때까지 단일가매매를, 단일가 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3매매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키로 했다. 즉 3매매일거래정지+1단일가매매를 무한반복해 괴리율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5월18일 금융위가 오는 9월부터 해외기초자산 기준 괴리율이 12%를 초과할 경우 단일가매매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까지 예고하자 투자열기가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동전주로 주저앉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미국산 원유를 중심으로한 국제유가가 폭락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유가 폭락 관련 기사를 열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마감가(18.27달러) 대비 300% 넘게 폭락한 수치다. 2020.04.21.   amin2@newsis.com[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미국산 원유를 중심으로한 국제유가가 폭락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유가 폭락 관련 기사를 열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마감가(18.27달러) 대비 300% 넘게 폭락한 수치다. 2020.04.21. [email protected]
열기가 식은 자리는 황폐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괴리율 급등락이 극심했던 원유레버리지 ETN 4종목(△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지난 17일 기준 모두 -90%대였다.

연초 1만원을 훌쩍 넘었던 ETN가격도 같은날 30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선방한 미래에셋ETN이20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치로 뒤늦게 괴리율을 잡았을 뿐 동전주로 전락하자 매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수십%가 오르내려도 수십원 차이밖에 나지 않아 최근 거래량이 적게는 수백만주에서 많게는 2000만주를 훌쩍 넘고 있다. 조그마한 유가반등 조짐에도 '싼맛'에 무모하게 들어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가격 뻥튀기가 이뤄질 수 있는 위험도 크다.

이에 원유레버리지ETN 투자자들은 지난 금융위 발표에 따라 오는 9월 증권사들의 ETN 액면병합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주로 간 불개미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의 모습/사진제공=삼성중공업삼성중공업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의 모습/사진제공=삼성중공업
6월 들어 불개미의 시선은 우선주로 향했다. 지수 추가상승이 제한된 횡보장에서 순환매가 이어지는 중이었고 '끝물' 신호로 해석되는 우선주 상승세였지만 폭이 지나치게 컸다.

비이성적인 투기광풍이 또 다시 휘몰아치자 증권업계는 고수익·고위험을 좇는 불개미들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선봉장은 '삼성중공우'였다. 지난달 17일 삼성중공우는 5만4000원이었던 주가가 보름 만에 74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1265.1% 폭등했다.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으로 지난 2015년 6월 상한가 제한선이 30%로 상향된 이후 최장기록이었다.

지난달 1일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와 맺은 23조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계약이 초기 상승 이유로 꼽혔지만,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율이 1만%까지 벌어지면서 합리적인 근거를 대기도 어려운 상승폭이었다.

거래소가 세 번의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달성한 결과였다. 물론 11연상 도전에 실패하고 추락했지만 최근에도 50만원대를 유지하며 여전한 과열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아직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빚투'로 불리는 신용융자잔고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불개미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진단키트주를 포함해 제약·바이오주에서 급등세가 이어지는 만큼 동학개미를 뛰어넘는 불개미들의 '가즈아'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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