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5월18일 금융위가 ETN 시장건전화 대책을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 원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화됐다기 보다 폐허만 남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처가 크다.
◇괴리율은 잡았는데…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LP(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들도 가격조정을 위한 물량을 적시에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ETN의 가격이 실제 원유선물 지표가격과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이 차이가 벌어질수록 괴리율도 커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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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는 매수량이 급증하면 반대 측에서 물량을 공급하고, 매도량이 늘어나면 물량을 사들이는 식으로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괴리율 정상화는 지난 4월말부터 한국거래소가 '3+1'로 요약되는 고강도 시장안정화 대책을 강하게 시행해 온 결과다.
거래소는 지난 4월24일 괴리율이 20%가 넘는 모든 ETP(상장지수상품) 종목은 괴리율이 정상화될 때까지 단일가매매를, 단일가 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3매매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키로 했다. 즉 3매매일거래정지+1단일가매매를 무한반복해 괴리율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5월18일 금융위가 오는 9월부터 해외기초자산 기준 괴리율이 12%를 초과할 경우 단일가매매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까지 예고하자 투자열기가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동전주로 주저앉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미국산 원유를 중심으로한 국제유가가 폭락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유가 폭락 관련 기사를 열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마감가(18.27달러) 대비 300% 넘게 폭락한 수치다. 2020.04.21. [email protected]
연초 1만원을 훌쩍 넘었던 ETN가격도 같은날 30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선방한 미래에셋ETN이20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치로 뒤늦게 괴리율을 잡았을 뿐 동전주로 전락하자 매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수십%가 오르내려도 수십원 차이밖에 나지 않아 최근 거래량이 적게는 수백만주에서 많게는 2000만주를 훌쩍 넘고 있다. 조그마한 유가반등 조짐에도 '싼맛'에 무모하게 들어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가격 뻥튀기가 이뤄질 수 있는 위험도 크다.
이에 원유레버리지ETN 투자자들은 지난 금융위 발표에 따라 오는 9월 증권사들의 ETN 액면병합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주로 간 불개미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의 모습/사진제공=삼성중공업
비이성적인 투기광풍이 또 다시 휘몰아치자 증권업계는 고수익·고위험을 좇는 불개미들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선봉장은 '삼성중공우'였다. 지난달 17일 삼성중공우는 5만4000원이었던 주가가 보름 만에 74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1265.1% 폭등했다.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으로 지난 2015년 6월 상한가 제한선이 30%로 상향된 이후 최장기록이었다.
지난달 1일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와 맺은 23조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계약이 초기 상승 이유로 꼽혔지만,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율이 1만%까지 벌어지면서 합리적인 근거를 대기도 어려운 상승폭이었다.
거래소가 세 번의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달성한 결과였다. 물론 11연상 도전에 실패하고 추락했지만 최근에도 50만원대를 유지하며 여전한 과열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아직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빚투'로 불리는 신용융자잔고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불개미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진단키트주를 포함해 제약·바이오주에서 급등세가 이어지는 만큼 동학개미를 뛰어넘는 불개미들의 '가즈아'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