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따상' 맛 좀 보자…줄 서서 공모주 사는 사람들[머니뭐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7.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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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요새 손님이 너무 많아요. 오늘만 이런게 아니에요. 정말 힘이 듭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한 대형증권사 지점을 방문했습니다.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번호표를 손에 쥔 고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창구의 담당 직원들은 이미 지쳐보였습니다.

이날은 공모주 청약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SK바이오팜의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한데 이어 2자전지 테스트장비 생산업체 에이프로도 '따상'을 기록했습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가가 주당 4만9000원이었는데 시장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따상', 즉 12만7000원을 기록했습니다. 공모주를 받아서 당장 곧바로 팔아도 수익률이 159.2%에 달합니다. (물론 공모주를 받기 위한 기회비용 등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주변에선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을 했는데 달랑 1주를 받은 분도 있습니다. 1억원을 넣으면 13주 정도 밖에 받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도 공모주 투자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불과 몇 주밖에 못 받는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수익률 낼 가능성이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투자자는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공모주=대박'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상장한 이지스밸류리츠는 상장 첫날 공모가(5000원)보다 8.12% 내린 441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안정적 배당 수익을 노리고 공모주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이같은 결과에 실망했을 겁니다. 다음날 주가는 4.2% 반등했지만 아직 공모가에도 못 미칩니다.

유동성이 넘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르는 종목의 주가는 그야말로 '화끈하게' 갑니다. 그러다보니 연말 배당으로 5~7% 가량을 지급하는 구조의 리츠는 왠지 초라해 보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과연 이같은 수익률은 시장이 고개를 돌릴만큼 나쁜 것일까요. 현재 우리나라 기준 금리가 0.5%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1년 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 안팎입니다.

상장 첫날 굴욕을 겪었던 이지스밸류리츠는 공모가 기준 5년 연 6.2%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선 연 6% 수준의 수익률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상장 첫날 주가 급락으로 연 7.0%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 시원치 않습니다.

물론 리츠 구성자산 등 시장이 우려하는 요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언택트주에 대한 환상에만 매몰돼 7% 금리 상품이 이처럼 방치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현재의 비이성적 심리와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투자수익률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몇 배의 수익을 내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 아닐까요.

대박과 쪽박은 함께 있다고 합니다. 투자수익에 대한 현실적인 눈높이 설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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