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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느는데 ‘공포' 사라진 증시…믿어도 될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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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14>선행지표인 증시 공포지수가 보내는 신호를 믿어도 될까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 느는데 ‘공포' 사라진 증시…믿어도 될까




6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2차 유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증시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더 이상 공포로 여기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3~4월 1차 유행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은 주식시장이 이상하리 만치 차분하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6월 26일 다시 4만명을 넘었고 7월 2일엔 4월에 기록한 일일 최대치마저 경신하며 1차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7월 10일 이후 6만명을 넘었고 7일 후인 17일엔 7만6000명을 넘어서, 이런 속도라면 일일 확진자가 조만간 10만명을 넘어서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돼 버렸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하루 확진자가 1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의 경고가 결코 헛말이 아니게 됐다.



그런데 미국증시에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VIX 지수는 과거와 같이 급등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지난 3월 CBOE VIX 지수는 82.69까지 급등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 7월 17일 일일 환자가 7만명을 넘어선 날 CBOE VIX 지수는 -8% 넘게 떨어져 25.68로 마감했다. 3월에 기록했던 공포지수의 3분의 1 수준도 안된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지금이 더 심각한데도 공포지수는 하락세를 견고히 하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10만명 경고를 무색하리 만치 증시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한국증시에서도 공포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미국과 달리 2차 유행 정도가 3월 1차 때 최고치의 10분의 1 수준을 넘지 않고 또 7월 둘째 주 이후 일일 국내발생 환자 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여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 느는데 ‘공포' 사라진 증시…믿어도 될까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4일 연속 10명대로 떨어지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7월 들어 한 자릿수까지 감소했다. 방역당국은 해외유입의 경우 공항과 항만 등 검역당국에서 걸러지거나 2주 자가격리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2차 감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17일 22.34까지 하락하며 지난 2월 25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꺾이면서 증시에서 공포지수가 덩달아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식시장에서 공포지수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위험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증시의 경우 코로나19 2차 유행이 1차 때와 비교해 덜 심각하고 또 충분히 통제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데다 7월 둘째 주부터 확연히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증시 공포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미국증시에 공포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왜 하락하는 걸까?

공포지수는 옵션시장 투자자들이 30일 후 예상하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옵션시장 참여자들은 주로 기관투자자들로 공포지수는 이들 전문 투자자들의 30일 후 전망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선행지표다.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이 커지는데도 공포지수가 하락한다면 전문 투자자들은 미래 코로나19 위험 정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에서 코로나19 공포가 사라진 몇 가지 이유를 들면, 우선 증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는 경제 봉쇄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3월에 증시 공포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은 강력한 경제 봉쇄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지 코로나19 감염 위험 자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봉쇄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주식투자자들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경제재개의 단계적 조치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강력한 봉쇄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컨센서스다.

그리고 6~7월 재확산에도 일일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터라 투자자들이 느끼는 코로나19의 위험 정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6월 이후 일일 사망자 수는 최저 200명대까지 떨어졌고 하루 사망자가 1000명을 넘은 경우는 5번에 그쳤다.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걸려도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조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의심 없이 널리 퍼져 있다. 과학적인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막연한 희망이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블러핑(허세) 전술과 맞물려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마치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와 같이 코로나19 위험에 만연돼 더 이상 발작 증세를 보이지 않게 됐다.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집어넣으면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지만, 찬물에 넣은 다음 서서히 수온을 올리면 물이 끓을 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결국 끓는 물에 익어버리고 만다. 이제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도 공포를 덜 느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동성 증가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주식투자자들이 증시 급락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졌다. 투자자들은 증시 급락을 초래할 가장 큰 위협요인 하나가 사라졌다고 여기고 있다.

과연 “코로나19가 이제 안 두렵다”고 말하는 주식시장이 옳은 걸까? 선행지표인 공포지수가 보내는 신호를 믿어도 될까? 조심스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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