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맛본 동학개미, 공모주 시장 대이동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7.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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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번엔 신영증권, 다음은 IBK투자증권이네. 계좌 새로 터야겠네."





요즘 IPO(기업공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하는 개인의 주식 투자 열풍이 공모주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SK바이오팜 청약으로 단기간 고수익을 경험하거나 지켜본 투자자들이 공모주의 맛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최근 SK바이오팜뿐 아니라 소마젠(Reg.S) (5,250원 ▼50 -0.94%), 에이프로 (12,610원 ▼90 -0.71%) 등 여러 새내기주 주가가 상장 뒤 승승장구 하자 공모주 투자금을 늘려야 하나 고민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공모주마다 주관사가 다르다보니 증권사마다 새 계좌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및 주요 내빈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및 주요 내빈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티에스아이 등 잇따라 대박 청약 경쟁률…"좀 비싸도 GO!"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 청약을 진행한 솔트룩스, 티에스아이, 제놀루션 (3,850원 ▼45 -1.16%) 등이 잇따라 대박 경쟁률을 기록했다. 2차전지 기대감을 등에 업은 티에스아이는 청약 경쟁률 1621.1대 1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일각에서 다소 공모가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패션 회사 더네이쳐홀딩스도 청약 경쟁률 151.9대 1을 기록, 비교적 무난히 공모 절차를 마쳤다. 패션, 특히 아웃도어는 IPO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는 업종이 아닌데도 공모 일정이 줄줄이 겹친 시기에 세 자릿수 경쟁률을 이끌어냈다.

최근 공모주 청약 흥행 열기는 시장 관계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다. 업종과 밸류에이션을 가리지 않고 청약 과정에서 높은 투자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경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97대 1로 두 자릿수인데, 청약 경쟁률은 이를 뛰어넘었다. 솔트룩스 역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528.17대 1인데, 청약 경쟁률은 2배 가까이 높은 953.53대 1이다.


실제 최근 공모 청약에 나선 기업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청약 증거금 1조원 이상이 모이고 있다. 그만큼 공모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또 공모주가 주식 투자보다 안전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새로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주변에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공모 기업의 밸류에이션이나 성장성, 규모, 기술력 등에 대한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공모 시장 분위기는 너도나도 청약을 넣고 보자는 분위기가 읽힌다"며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잘 나가는 것도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규 계좌 개설도 활발…대박 공모주 미리 찾아보자"
이렇다보니 주변에선 증권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15일 청약을 진행한 제놀루션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주목받으며 높은 경쟁률이 예상됐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1161대 1로 호평을 받았다. 제놀루션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으로, 신영증권 계좌가 있어야 청약이 가능했다. 신영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안 돼 제놀루션 공모주에 청약을 넣으려는 투자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팜 공모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지난 6월 24일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팜 공모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또 오는 21~22일 청약을 앞둔 이엔드디는 2차전지 소재 회사로 각광받고 있는데, 상장 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다. 2차전지 시장 성장 기대감을 앞세워 수요예측 경쟁률 1168.7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 계좌가 있어야 이엔드디 공모주 청약을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공모 시장 기대주인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바이오팜 사례에서 경험했듯 경쟁률이 치열할 경우 투자금 대비 손에 넣는 주식 수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비교적 뛰어난 공모주 투자자의 경우 주요 기업의 상장 대표 주관사뿐 아니라 공동 주관사, 인수단에 포함된 증권사 계좌까지 미리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여러 계좌를 통해 최대한 많은 청약을 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6월 하이일드 혼합형을 포함한 공모주 펀드에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는데, 이는 SK바이오팜 IPO를 전후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공모주 펀드로도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지, SK매직, 다수의 리츠 등이 IPO에 나설 경우 대규모 공모주 장이 설 것"으로 전망했다.

공모주 투자 열기 언제까지 이어질까…꼼꼼한 분석·평가 필수
문제는 지금의 뜨거운 공모주 투자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통상적으로 IPO 시장 투자 수요는 일정 기간을 두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COVID-19)로 억눌린 공모 시장 투자 수요가 SK바이오팜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IPO 시장 투자 수요는 일정 부분 주식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언제까지 투자 열기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경기 불확실성도 언제든 주식 시장, 공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공모 시장 유동성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비교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공모에 나섰기 때문에 줄줄이 흥행이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또 SK바이오팜처럼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공모 기업 수가 증가하고, 높은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번 큰 손실을 보는 공모주가 나타날 경우 지금의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며 "공모주 청약에 앞서 IPO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과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놀루션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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