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이승희 인턴 2020.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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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획]시장과 비서③

성희롱 피해는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에서 더 많았다. 공공기관 내에서도 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성추문으로 자리를 잃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사기업이 성추행 위험에 더 노출돼있을 거라는 건 편견일 수 있다"며 "사기업은 이익 창출만 하면 되지만, 공공기관은 국가를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수직적인 문화가 더 공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 피해, 공공기관 중 지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아
'성희롱'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8월부터 2018년 7월에 근무했던 9234명을 상대로 조사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공공기관 직원은 16.6%, 민간사업체는 6.5%였다. 1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공공기관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중 시청, 도청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28.1%로 압도적이었고 그 다음 대학, 국가기관 순이었다.

특히 박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A씨가 증언한 성추행 사례들은 이미 2년 전에도 공공기관 내에서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3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서 (박 시장이)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보내고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6일 박 전 시장의 샤워 때 속옷을 챙기고, 혈압을 잴 때 성희롱적 발언도 들었다고 추가 폭로했다.

공공기관 성희롱 피해자 중 음담패설과 성적 농담(전화, 문자 및 SNS 포함)을 하는 언어-정보 유형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9%로 가장 높았다. 공공기관 분류 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33.8%로 가장 많았다.

박 전 시장 의혹 사례 '서울시 매뉴얼'에도 있지만…피해자 지키지 못했다
'성희롱'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2배 이상 많다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 차원에서 매뉴얼이 2018년에 개정됐지만 A씨를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했다.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실이 배포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는 A씨 측에서 폭로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해당되는 관련 사례들이 자세히 소개돼있다.

해당 매뉴얼의 '성희롱 사건과 행위의 유형'을 보면 권력을 이용한 지속적인 성희롱, 육체적 성희롱, 음란 사진 전송 성희롱 사례, 핸드폰 문자를 통한 성희롱 사례 등이 적혀있다.



이 매뉴얼은 "성희롱의 경우 기관에서 성희롱 예방 관심과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처하면 기관의 이미지도 실추시키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권리도 찾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성희롱에 대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울시는 뒤늦게 박 전 시장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교수는 "시장 같은 한 조직장의 비위를 알리는 게 조직, 국가를 해치는 행위로 인식돼 피해자가 신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서울시도 예방 매뉴얼이 형식적으로나마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걸 이번에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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