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노리던 조 단위 해양플랜트 발주, "하반기에도 없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7.20 05:30
글자크기
한 번에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수주가 가능한 해양플랜트가 올 하반기에도 신규 발주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경기침체에 저유가까지 겹치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중단돼 조선업계 불황 탈출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19일 노르웨이 에너지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신규 발주는 한 건도 없을 전망이다.

올 상반기 일본 조선사 모덱이 세네갈 상고마르 유전에 투입될 FPSO 1기를 호주 에너지업체 우드사이드 페트롤리움으로부터 수주했는데, 이것이 올해 해양플랜트 발주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시각도 리스타드에너지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봐선 올해 추가 FPSO 발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FPSO는 대표적인 해양플랜트다. 통상 FPSO 1기 수주금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 조선사에는 고부가 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4~5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올해 FPSO 발주가 이처럼 저조한 까닭은 무엇보다 유가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설비의 특성상 고유가가 이어져야 발주처가 FPSO 운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유가 흐름은 배럴당 50~60달러대를 보인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졌다. 한때 10달러대(두바이유 기준)까지 밀린 유가는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둔화된 것도 발주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 조선사들이 노리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연내 발주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예컨대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는 한국 삼성중공업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FPSO 발주처인 네덜란드 에너지 업체 로열더치셸이 발주를 계속 미루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프로젝트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27,600원 ▲200 +0.73%)이 노리고 있는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에퀴노르의 해양플랜트 발주도 계획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FPSO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발주 전망이 이처럼 어두운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최대 8000명의 협력사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은 줄어든 일감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해양사업부를 조선사업부로 통합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발주는 시간이 지나면 속속 나올 수밖에 없지만 올해 안에는 신규 발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LNG선 등 선박 발주가 늘어야 그나마 조선업계의 올해 수주 부진을 일부라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