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홍콩' 대만 이민 3배 늘었다…대중국 새 전선?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7.1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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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경찰에 진압된 홍콩인/사진=AFP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경찰에 진압된 홍콩인/사진=AFP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이달부터 발효되자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이 늘고 있다. 홍콩의 대체지로 가장 뜨는 곳은 대만이다. 홍콩을 떠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50%가 대만을 최적의 이민지로 뽑았다. 특히 1분기엔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거주사증 신청이 지난해에 비해 세배 급증했다.

홍콩과 언어와 문화가 유사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이런 장점에 더해 대만이 홍콩보다 상대적으로 중국 영향력이 덜 뻗친다는 점도 주요했다.



홍콩인들의 '대만행'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극심해지면서 본격 시작됐다. 작년 6월 이후 대만에 거주사증을 신청한 홍콩인 수는 전년 대비 41% 급증한 5858명에 이른다. 영구이주 신청자도 전년 보다 400명 늘어난 1474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올해 1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어난 600명이 거주사증을 신청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탈홍콩' 움직임은 거세졌다. 대만 이민 당국 자료를 보면 최근 이민 관련 문의가 통상 수준의 10배로 늘었다.

대만 정부는 홍콩인의 이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공식화하자 “모든 민주 진영이 지금 이 순간 홍콩과 함께하고 있다.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의 통일부 격인 대륙위원회가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대만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기구인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을 설치했다. 차이 총통은 '중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대만을 지키며 중국에 맞서는 이미지를 부각 중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홍콩 보안법 관련 홍콩 지지 시위에서 '홍콩과 함께 하겠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시민/사진=AFP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홍콩 보안법 관련 홍콩 지지 시위에서 '홍콩과 함께 하겠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시민/사진=AFP
홍콩에서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팔던 코즈웨이베이 서점을 운영하다가 중국 본토로 끌려가 강제 구금됐던 람윙키도 작년 대만으로 망명했다. 그는 독일 DW에 "대만 정부는 '국가 안보'란 이름으로 책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대만의 법체계가 훨씬 합리적이란 걸 보여준다. 나는 대만에서 매우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인들의 반중국 정서도 중국의 위협을 피해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에겐 공감대를 제공할 수 있다.

대만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비호감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4월 설문조사에서 '중국 정부는 대만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73%로 1년 만에 15%포인트 올랐다. "자신을 대만인으로 여긴다"는 응답자 비율도 67%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여기에 기존 '친중파'로 분류되는 국민당마저 최근 중국이 요구하는 일국양제 통일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당론을 모았다.

중국은 대만의 홍콩 지원 공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대만사무국은 "대만은 홍콩 문제에 개입해 방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앞서 영국도 홍콩인들의 이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자 "간섭하지 말라"며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영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영국이 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에게 시민권을 주는 건 "영국이 중국과의 약속(영-중 공동선언)과 국제법, 국제 기본 준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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