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제인스빌 이야기'[현장+]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7.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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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2021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확정했으며 이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전날부터 이어진 8차 전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했으며 자정을 넘긴 9차 전원회의에서는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했다.   최종적으로 공익위원 안인 8720원을 놓고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표결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2020.7.14/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2021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확정했으며 이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전날부터 이어진 8차 전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했으며 자정을 넘긴 9차 전원회의에서는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했다. 최종적으로 공익위원 안인 8720원을 놓고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표결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2020.7.14/뉴스1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 중산층 도시의 몰락을 그린 '제인스빌 이야기'엔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 두 도시가 등장한다. 미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인구 6만3000명의 소도시 제인스빌은 1923년부터 GM 공장을 유치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GM이 휘청거리면서 제인스빌 GM 공장은 문을 닫았다.



제인스빌 공장 폐쇄 1년 후 GM 본사는 차세대 소형차 생산 후보지로 제인스빌, 미시간주 오리온 등 세 곳을 발표했다.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는 소형차 생산권을 따내기 위해 피 튀기는 입찰 전쟁을 벌였다. 결과는 공적자금 10억 달러를 GM에 투입하기로 약속한 미시간주의 승리였다. 위스콘신주 제안보다 5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소형차 생산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제인스빌은 점점 가라앉았다. 소닉이란 이름의 새 경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오리온 역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공장 직원 5명 중 2명은 기존 시간당 임금 28달러의 절반인 14달러를 감내해야 했다. 오리온 GM 공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했으나 살림살이가 곤두박질쳤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올해 대비 1.5%(130원) 오른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은 인상 폭이다. 코로나19(COVID-19) 타격으로 최저임금을 적게 올린 한국은 제인스빌 이야기의 도시들과 닮았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윤택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위원 측의 -1% 삭감안 제출은 최저임금위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더 이상 회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2020.7.1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윤택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위원 측의 -1% 삭감안 제출은 최저임금위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더 이상 회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2020.7.13/뉴스1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1.5% 인상한 이유로 일자리 유지를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간 고용주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버티지 못해 기업·가게 문을 닫고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자 소득 증대→소비 확대→경제 성장을 골자로 문재인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소득주도성장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반값 임금도 수용했던 오리온과 유사하다. 최저임금뿐이 아니다. GM에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한 미시간주처럼 정부가 기업 살리기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산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모습도 오리온과 비슷하다.


GM 공장 폐쇄로 경제가 무너지고 공동체도 망가지기 시작한 제인스빌을 떠올린다면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 폭은 피할 수 없었던 고육지책에 가깝다. 한 고용부 간부는 "지금 정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에 대한 생계유지 강화보다 최저임금 일자리에 한 사람이라도 더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시선이 최저임금을 낮게 올린 현재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위기를 벗어난 이후도 내다봐야 한다. 오리온 GM 공장 노동자가 반값 임금에 계속 만족할 수 없듯 이 고통을 이겨낸다면 삶은 다시 전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기업 뿐 아니라 노동자 역시 위기를 함께 헤쳐나간 주인공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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